'비 맞지 말라고' 쇼핑백에 덧씌운 '비닐' 쓰레기일까 서비스일까

점포서 쇼핑백 맞춤형 방수 비닐 커버 제공 증가 추세
"고객 배려" "과대 포장" 의견 분분…전문가 "규제 필요"

장맛비가 내리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장맛비가 내리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고객님, 밖에 비가 오니 비닐 커버 씌워드리겠습니다."

최근 한 패션 브랜드에서 티셔츠를 구입한 이 모 씨(31)는 매장에서 독특한 서비스를 받았다. 직원은 비 오는 날 종이로 만든 쇼핑백이 젖지 않도록 위에 비닐 커버를 덧씌워줬다. 브랜드 로고가 그려져 있고 쇼핑백에 맞는 크기로 따로 제작된 커버였다.

이 씨는 브랜드의 세심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내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이 씨는 "편의점에서도 비닐봉지는 유료로 판매하는데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이 그냥 제공돼도 괜찮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쇼핑백이 젖지 않도록 비닐 커버를 씌워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가 부쩍 늘었다. 고객에게 먼저 편의를 제공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도 각인시킬 수 있어 점포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전략이다.

특히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이런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더욱 뜨겁다. 2020년대에 들어 여름마다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지는, 이른바 '도깨비 장마' 현상이 이어지면서 우산을 쓰고 몸을 웅크려도 비가 들이쳐 옷과 소지품이 젖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근무하는 20대 남성 A 씨는 "손님이 먼저 거절하지 않는 이상 밖에 비가 오면 비닐 커버를 제공하는 편"이라며 "귀가 시간에 비 예보가 있다면서 먼저 요청하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점포가 비닐 커버를 제공하면 쇼핑백이 젖지 않아 장마철에 편리하지만 분해가 어려운 비닐 쓰레기를 양산하는 문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점포에서 종이 쇼핑백 위에 비닐 커버를 덧씌우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독자 제공ⓒ 뉴스1
한 점포에서 종이 쇼핑백 위에 비닐 커버를 덧씌우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독자 제공ⓒ 뉴스1

최근 액세서리를 구매하고 비닐 커버를 제공받아 본 송 모 씨(24)는 "이미 물건이 비닐로 포장돼 있는데 쇼핑백까지 한 번 더 비닐로 씌우는 건 과대포장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소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제6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생활폐기물 중 일회용품 발생량은 연간 70만 3327톤이다.

일회용품 중 특히 비닐봉지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폐비닐봉지를 땅에 묻으면 500년 동안 썩지 않고, 산소 공급이 차단돼 토양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형 마트 등 규모가 큰 점포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우산용 비닐 사용에 대한 정부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쇼핑백 비닐 커버는 사각지대다.

종합소매업·제과점은 비닐봉지와 비닐 쇼핑백을 판매하거나 사용해선 안 된다. 종이 재질 봉투나 쇼핑백, 생선·정육·채소 등 음식료품 겉면에 수분이 있는 제품 등을 담기 위한 비닐봉지, 일정 규격 이하 비닐봉지나 이불과 장판 등 대형 물품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된 50L 봉투만 규제에서 제외된다.

백화점, 대형 마트, 복합 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에서는 바닥에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씌우는 우산 비닐도 사용할 수 없다.

불필요한 비닐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선 비닐 커버를 점포에서 먼저 제공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유상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정부 규제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유럽연합(EU)은 포장재 사용 자체를 줄이고 특히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우리도 몇 겹씩 하는 과잉 포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소비자가 포장을 선택하면 비용을 물도록 해서 일회용품 소비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거나 소비를 할 수 없게 일정 수준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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