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파 나도 아프다" 조희대 후보자가 꿈꾸는 법원 '만인상생'

대법관 퇴임 후 펴낸 수필집 '만인상생'에 담긴 사법철학
"법관은 집단·세력 멀리해야…돈 권력 집착은 바르지 않은 것"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안철상 권한대행 면담 전 차에서 내려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안철상 권한대행 면담 전 차에서 내려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권력에 굴종해서는 안 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신을 털어내야 합니다. '떼법'에 밀려서도 안 됩니다"

17대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조희대 후보자가 지난 2012년 대구지법원장 취임일성으로 한 말이다. 그의 사법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스터 소수의견'이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조 후보자의 사법철학은 독특한 구석이 많다. 27년간 판사로 재직한 탓에 판결문 외에는 사법철학을 가늠해 볼 자료도 많지 않다.

한 가지 힌트가 있다면 그가 대법관 퇴임 후 펴낸 수필집 '만인상생(萬人相生)'이다. 이 책에는 일평생 법관으로 살아온 그의 법치주의 철학과 삶에 대한 태도를 담은 발자취, 가족들이 남긴 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의 '인생 일대기'이자 자서전인 셈이다.

때론 백마디 설명보다 하나의 일화가, 한 줄의 글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 만인상생을 통해 조 후보자를 들여다봤다.

◇ 3가지 열쇳말 "법치주의·독립·측은지심"

2012년 첫 법원장으로 취임할 당시 조 후보자는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 서두에서 "(법원은) 법치주의 최후 보루답게,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소수자를 보호하는 법의 정신이 살이 있음을 보여줍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극한 '성(誠·정성, 진실, 삼가다, 공정하다) △공정한 재판 △신속한 분쟁 해결 △'화'(和·화합, 조화 어울림)를 이룸을 강조한다. 정성을 다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사건 처리 결과를 내놓으면서도 법원 구성원 간 화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여러 차례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외부 강연문에서 "사법부는 외부 권력과 여론에서 독립해야 한다"면서도 "소수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법관은 집단이나 세력이 속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사법 철학은 조 후보자의 수십편 자작시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판사 임용 후 '나무처럼 나비처럼', '뚜벅뚜벅', '측은지심', '아프다' 등 20편의 시를 지었다. 사실 조 후보자는 중학생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1등을 차지했던 '문학소년'이었다.

"어둡고 깜깜한 길 보이지 않고 볼 수 없지만 꼭 가야만 하는 길"(길)이라는 문구는 대법관 지명을 두고 "수천수만번 고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조 후보자의 내심과 일맥상통한다.

그의 글에서는 삶에 대한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칭찬과 비방에 걸리지 말고 홀로 뚜벅뚜벅 걸어가라"(뚜벅뚜벅), "세상이 아파서 나도 아프다"(아프다), "나는 멀었구나, 한참 멀었구나"(멀구나)라고 썼다.

수필집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경구는 '측은지심'이다. "자기 일처럼 가슴 아파하면서 '무슨 해결책이 없을까' 끝까지 고민하고 궁리해야 한다"(2013년 대구지법 판사회의), "시장터나 병원에서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장을 보고 느끼는 것이 책보다 나을 수 있다"(강연문)는 문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조희대 선임대법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장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간담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조희대 선임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 2020.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조희대 선임대법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장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간담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조희대 선임대법관, 김명수 대법원장. 2020.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수십억 보장된 로펌 대신 '대학' 선택한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 가운데 조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로 '로펌'에 몸 담지 않았던 점이 거론된다. 그가 2020년 2월 대법관 퇴임 후 대형 로펌행이 아닌 학계를 택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자신의 필명 '바보바하'('바로 보다, 바로하다'의 준말)를 제목으로 한 맺음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로 하지 못하는 것인지, 몸에 집착하거나 돈, 권력, 명예에 집착하면 바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2014년 대구지법원장 이임사에서는 노령연금을 받고도 복지단체에 기부한 노인과 밀입국한 독립운동가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비형 법관'다운 면모를 드러낸 영향일까. 조 후보자는 자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중학교 1학년생이던 첫째 딸은 아버지의 직업을 부장판사로 소개하며 "변호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 변호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판사라는 꿈을 가지게 된 것은 아버지 때문"이라며 "아버지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썼다.

한편 전날(21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 13명을 확정한 국회는 추후 인사청문회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치게 된다.

ausure@news1.kr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이영섭

|

편집국장 : 채원배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