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반도체 호황 속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가 잇따라 억대 성과급 지급 방식과 규모를 확정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다시 술렁이고 있다. 현금과 주식으로 풀리는 성과급 자금이 분당·판교·용인 수지 등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 아파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7% 오르며 4주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성남 분당은 한 주 새 0.48% 급등했고, 용인 수지는 최근 3주간 0.10%, 0.20%, 0.38%를 기록했다. 수원 영통도 같은 기간 0.13%에서 0.35%로 상승 폭이 커지는 등 직주근접 수요가 집중된 셔세권 중심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들 주요 셔세권 지역은 올해 들어 누적 기준 6∼8% 안팎 상승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성과급 지급 이후 추가 유동성이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지방 반도체 배후지도 비슷한 흐름이다. 하이닉스 청주공장이 위치한 청주 복대동 두산위브지웰시티2차 전용 84㎡는 이달 8억 6000만 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성과급을 현금으로 지급해 유동성이 곧바로 시장에 풀린다. 일부는 대출 상환이나 예·적금으로 흡수되겠지만, 상당 부분은 분당·판교·용인 수지·광교 등 셔세권 중대형 아파트 매입이나 전세 레버리지 확대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IT·반도체 업종 특성상 젊은 고소득층이 많아 기존 전세를 유지한 채 인근 아파트를 추가 매입(세컨드 하우스)하는 수요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은 주식 보상을 택해 자금 유입 속도가 현금과는 다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급된 주식 가운데 3분의 1은 즉시 매도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이 제한돼 있다.
주가가 우상향하면 직원들이 체감하는 부의 효과가 커지면서 락업 해제 시점마다 분당·판교·동탄2 등 배후 주거지로 추가 자금 유입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 성과급이 현금화되더라도 부동산 대신 현금 보유나 금융 투자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자금 유입 규모는 향후 주가 흐름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이미 성과급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경기 용인 수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반도체 회사 성과급 얘기가 나오면서 분당선·신분당선 역세권의 10억∼15억 원대 중대형 아파트를 알아보는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성과급 자금 유입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는 수도권 셔세권·직주근접 단지의 강보합 흐름을 연장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준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경기·수출 회복 흐름도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만큼, 성과급 유동성이 비역세권 외곽까지 광범위한 매수세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집값 통계에서도 수도권 일부 외곽 지역은 여전히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발 유동성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기보다는 셔세권·신축 등 선호 지역 중심의 선택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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