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주택자의 '버티기'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데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까지 앞두면서 매도 압박이 커지는 분위기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9.13% 올랐고, 서울은 18.60% 상승해 5년 만에 최고 수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성동구가 28.98%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 25.83%, 송파구 25.46%, 양천구 24.01%, 용산구 23.62%, 동작구 22.71%, 강동구 22.51% 등 한강변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률이 20%를 크게 웃돌았다. 재개발·정비사업 기대와 한강 조망 수요가 겹친 지역일수록 공시가격 인상 폭이 가팔랐다.
국토부 추산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 111㎡ 공시가격은 올해 47억 2600만 원으로 전년보다 36% 상승했다. 이에 따라 추정 보유세는 1858만 원에서 2919만 원으로 57.1% 늘어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 보유세도 1829만 원에서 2855만 원으로 56.1% 증가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연간 세 부담이 사실상 2000만 원대를 넘어서는 '고정비' 수준으로 올라선 셈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 과표가 커지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까지 겹치면서 보유세·건보료·임대소득세가 동시에 뛰는 구조다.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공시가격과 재산 과표가 반영돼 은퇴 고령층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인상과 건보료 인상이 맞물리는 '이중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논의까지 더해질 경우 초고가·다주택 보유세는 한 차례 더 점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일부 다주택자는 집값 추가 상승 기대와 과거 세제 완화 경험을 바탕으로 매도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5월 9일까지 유지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2주택·3주택 이상자에 대한 중과세가 부활해 같은 가격에 팔아도 양도세가 수천만 원 더 늘어날 수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충분히 활용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버티기에 따른 세후 수익률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실거래 매물은 줄어들고, 정부가 보유세·대출 규제 등 추가 정책을 강화할 명분도 커진다. 정부 입장에서는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에 유도하면서도 매물 잠김이 심해질 경우 추가 규제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셈이다.
결국 다주택자의 고민은 '언제까지 무엇을 보유할 것인가'로 압축된다. 고가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한 경우 비핵심 단지를 처분해 주택 수를 줄이고, 성동·강남·용산 등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은 지역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보유세·양도세가 동시에 움직이는 국면에서는 단순한 버티기보다 보유 주택 수와 지역, 시기를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이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