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 할부처럼 집 산다…서울시 '바로 내 집' 도입

'분양가 20%' 할부형 첫 도입…지분적립형과 다른 구조
마곡 17단지 흥행 이어갈까…임대료·전매 제한은 변수

본문 이미지 -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무주택 시민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6.3.31 ⓒ 뉴스1 황기선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무주택 시민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6.3.31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시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공분양 모델 '바로 내 집'을 도입한다.

이번 정책은 분양가를 시세의 50% 이하로 낮춘 '토지임대부 분양'과 분양가의 20%만 납부하고 20년간 잔금을 나눠 갚는 '할부형 분양'으로 구성됐다.

두 방식 모두 실수요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공공분양 모델이다. 특히 할부형 분양은 신용카드 할부처럼 잔금을 나눠 갚는 구조로, 국내 첫 사례다.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때마다 등기를 해야 하는 '지분적립형 분양'과 달리 입주 시 한 번에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진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1일 '바로 내 집'을 도입해 2031년까지 총 6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유형별로는 토지임대부 분양 6000가구를 확대 공급하고, 할부형 분양 500가구를 신규 도입한다.

토지임대부 분양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입주자는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으로,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지난 3월 청년 특별공급에서 1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마곡 17단지' 역시 토지임대부 분양 물량(381가구)이다.

할부형 분양은 분양가의 20%를 계약금으로 납부한 뒤, 나머지를 20년간 저리로 상환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15억 원일 경우 3억 원을 먼저 내고, 나머지 12억 원을 장기간 나눠 갚게 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공공분양 방식이 국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할부형 '바로 내 집'은 올해 말부터 공급된다. 올해 12월 중랑구 신내4구역에서 150가구가 먼저 공급되며, 나머지 350가구는 내년 4월 분양할 예정이다.

본문 이미지 -  서울시, 공공분양 모델 '바로 내 집' 도입 (서울시 제공) 뉴스1ⓒ news1
서울시, 공공분양 모델 '바로 내 집' 도입 (서울시 제공) 뉴스1ⓒ news1

할부형 분양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도입한 지분적립형 분양과 구조가 다르다. 지분적립형은 최초 분양 시 20~25% 지분만 취득한 뒤 나머지를 최대 30년간 추가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분을 단계적으로 사들이는 형태다. 추가 지분 매입 가격도 해당 시점의 시세가 반영된다.

등기 방식도 차이가 있다. 지분적립형은 추가 지분을 취득할 때마다 등기를 반복해야 하며, 모든 지분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공기업과 공동 소유 상태가 유지된다. 반면 할부형 분양은 입주 시 한 번에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할부형 분양은 고가의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지분적립형은 공동 소유 구조로 관리 책임이 불명확해질 수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바로 내 집' 공공분양이 높은 수요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곡 17단지 토지임대부 분양 흥행이 근거다. 마곡 17단지는 2012년 강남 자곡동 LH 강남 브리즈힐 이후 14년 만에 서울에 공급된 토지임대부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마곡 17단지는 특별공급 기준 1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이번에도 수십대1 경쟁률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LH가 군포에서 공급한 토지임대부 분양은 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당시와 시장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는 여러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토지임대부 분양은 매달 토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마곡 17단지의 경우 전용 59㎡ 기준 분양가는 약 3억 4000만 원이지만 토지 임대료는 월 66만 원 수준이다.

임대료 부담이 큰 경우 공기업과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으나, 그만큼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토지임대부 주택은 전매제한(10년) 이후에야 거래가 가능하며, 의무 거주기간은 5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처분할 수 없어 시세 차익 측면에서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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