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대출 규제가 강화된 뒤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경기도까지 번지며 전세 시장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 전세 불안 시 완충 역할을 해온 경기도에서조차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서자, 서민·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만 3570건으로, 전세(1만 3225건)를 넘어섰다. 9월 이후 두 달 만의 역전이다. 올해 초만 해도 전세 우위가 뚜렷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전세 거래는 월세보다 4200건 이상 많았고 상반기 내내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격차가 급속히 좁혀졌고 결국 9월을 기점으로 방향이 뒤집혔다.
본격적으로 전·월세 거래량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7월이다.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규제 이후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금지되고, 자금 동원력이 임차 수요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 포함되자 대출 한도는 더 줄었고, 고금리 부담까지 겹치며 고액 전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가 월세로 이동했다. 보증금을 낮춘 반전세·월세가 빠르게 늘어난 배경이다.
동시에 공급 측 변화도 컸다. 전세금 반환자금 조달이 막힌 집주인들이 세입자 퇴거 이후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었고,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신규 전세 물량 자체가 급감했다. 과거처럼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임대 놓는 구조가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부 지역의 경우 전세 매물이 사실상 실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신축 아파트나 선호 단지에서는 전세 대신 반전세·월세만 남아 계약 조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서울 전세가격이 급등할 때 비교적 낮은 전세금으로 수도권 거주를 이어갈 수 있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월세 비중이 급증하면서 이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 전체의 임대차 구조가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 주거비 부담은 장기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단기적인 거래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은 "예대금리차가 크고 임대인도 보증금 활용처가 마땅치 않아 월세를 선호한다"며 "서울 전세 대체지였던 경기도까지 월세가 가속하면 서민층 주거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갭투자가 차단되면서 임대인은 보증금이 줄었고, 임차인은 대출이 막히면서 양측 모두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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