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2.5억 줄고 월세 110만 더"…세입자만 서럽다

서울역센트럴자이·래미안원베일리 등 월세 조정 확산
"단기 수익 노린 집주인 늘어…임대차 불안 장기화 우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월세 안내문. (자료사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월세 안내문. (자료사진)/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집주인들이 전세의 월세화 흐름에 맞춰 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월세를 높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전세 물량 감소가 겹치면서 보증금 반환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으로 촉발된 ‘전세 절벽’이 집주인 우위의 임대차 시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센트럴자이 전용 84㎡의 월세 매물은 보증금이 8억 원에서 5억 5000만 원으로 조정됐다. 대신 월세는 40만 원에서 110만 원 추가된 150만 원으로 상향됐다.

이 같은 변화는 전세 매물 부족에서 비롯됐다.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세입자→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던 수요 이동이 끊겼기 때문이다. 계약을 갱신하며 기존 전세에 머무는 세입자가 늘면서 신규 전세 매물도 줄었다. 결국 선택지가 사라진 세입자들이 월세로 몰리는 구조다.

저금리 기조도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보증금으로 2%대에 불과한 은행 이자 대신 꼬박꼬박 챙길 수 있는 월세로 단기 수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다.

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 일부 단지 역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보증금이 15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줄고 월세는 120만 원 오른 400만 원으로 조정됐다.

신규뿐 아니라 계약 갱신에서도 월세 인상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단지의 전용 84㎡ 월세 계약은 보증금 10억 원을 유지한 채 월세만 160만 원에서 188만 원으로 올랐다.

본문 이미지 -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일부 전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높은 보증금은 계약을 꺼리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이달 중구 서울역센트럴자이 전용 59㎡는 8억 원에 계약됐다. 불과 한 달 전 전용 84㎡의 최저 전세금이 7억 8000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면적이 좁은 주택의 전세금이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전세 절벽→월세화' 흐름이 뚜렷하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래미안원베일리의 월세 매물은 하루 만에 9% 증가해 355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전체로 보면 같은 기간 2만 146건, 전날 대비 2.43% 늘었다.

이로 인해 세입자의 월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전환율은 4.26%로, 2018년 2월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세전환율이 높을수록 월세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와 금리 인하가 맞물리며 임대차 시장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매매 가격이 상승은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대출 규제로 인한 전세수요 증가와 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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