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가 규제 앞둔 강남 '관망'…마포·성동 '계약 전쟁'

강남권, 고액 현금 부자 중심으로 규제 영향 제한적
마포·성동, 규제지역 지정 전 계약 서두르는 실수요자 등장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2025.10.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2025.10.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난 13일 찾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전날 정부가 과도한 집값 상승을 우려해 추가 규제를 예고한 직후였다. 수십억 원의 현금 부자가 시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 축소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강남권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의 집값 안정화 대책인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도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41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6·27 규제 이전 시세가 30억 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단숨에 40억 원을 넘긴 셈이다.

지난해 9월 거래금액 27억 1500만∼28억 8000만 원과 비교하면 13억 원 이상 오른 것이다. 결국 정부는 과도한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대출 한도 축소와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수십억 원 현금 부자들이 대출 한도 축소 규제에도 무덤덤하다고 전했다. 1억~2억 원의 대출 제한으로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대치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대기자들은 6억 원 대출을 100% 막아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자산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동호수 매물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부터 쌓인 '학습효과'가 정부의 규제를 억누르고 있다. 이전 정부의 규제에도 강남권 집값은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학습효과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더 묶어도 시세는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며 "6·27 규제 발표 이후 잠시 주춤했던 시세는 곧 다시 급등했다"고 전했다.

빨라진 재건축 속도도 강남권 아파트 가격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지난해 층수 제한이 전면 해제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2.0을 도입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기로 했다. 강남권 대장주인 압구정 일대에서도 2~5구역이 동시에 재건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압구정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지연을 우려했던 현금 부자들이 과감하게 진입을 결정하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추가 규제 발표 이후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문 이미지 -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뉴스1 ⓒ News1 신현우 기자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뉴스1 ⓒ News1 신현우 기자

반대로 마포구와 성동구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두 지역은 정부의 규제지역 추가 지정 후보지로 거론된다. 대출 한도 축소를 우려한 매수자들은 계약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규제가 강화되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이 70%에서 40%로 낮아진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규제지역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세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포·성동은 강남권 대비 낮은 집값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끌어모았다. 마포구 아파트 3.3㎡당 시세는 6월 4653만 원에서 9월 4798만 원으로 3.1% 올랐고, 성동구는 같은 기간 3.7% 상승했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주 계약서를 쓰기로 한 매수자에게 아침부터 연락이 왔다"며 "규제지역 지정 이전에 계약 일정을 앞당기자는 문의였다"고 전했다.

마포·성동구 일대 중개사무소 직원들은 전화 문의와 방문 상담으로 분주했다. 매수 대기자들은 계약 시기와 시장 전망에 대해 꼼꼼히 문의했다.

금호역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이번 대책이 대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장 궁금해한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중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지역 추가 지정 이후 단기적 관망세와 시세 하락은 불가피하다. 절대적인 매수 참여자가 줄어서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한 달간 매수와 매도 모두 잠잠했다"며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 시장에 주는 충격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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