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올해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를 연이어 발행했지만, 기업별 흥행 성적은 엇갈렸다. 일부 기업은 목표치보다 많은 주문을 받았지만 일부는 시장에서 부진을 겪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은 이달 3일 무보증 일반사채 3100억 원을 발행했다.
당초 목표액은 2000억 원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5배가 넘는 주문이 몰리면서 1100억 원 증액했다.
이번 회사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증을 받은 녹색채권으로, 조달 자금은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와 미국 텍사스주 루씨(LUCY) 태양광 발전에 투입한다.
SK에코플랜트(003340)는 7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 금액(1300억 원)의 6배가 넘은 8830억 원 주문을 받았다. 같은 달 25일 2600억 원을 발행했다.
신용등급(A-)은 현대건설(AA-)보다 낮지만,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IDC)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이 흥행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줬다.
또 8월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환경 자회사 3곳을 1조 78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재무구조 개편을 예고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회사채 시장에 4년 만에 복귀해 흥행을 이끌었다. 12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으나, 수요예측에서 2320억 원이 몰리며 총 1510억 원을 발행했다.
포스코이앤씨도 4월 수요예측에서 목표액(1000억 원)의 2배가 넘는 2830억 원의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했다.
중견 건설사 HL D&I 한라는 6월 수요예측에서 목표액(600억 원) 3배 이상인 212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수요 예측에서는 주문 0건을 기록했으나, 자체 사업을 키워 달라진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일부 기업은 회사채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롯데건설은 6월 11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0건의 주문을 받았다. 이후 추가 청약을 통해 기관 투자자가 200억 원을, 발행 주관사가 900억 원을 인수했다.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에 집중하는 이유는 업황 침체 때문이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과 분양 시장이 위축되며 기존 자금조달 경로가 막혔다.
업체별 흥행 성적 차이는 수익성 회복,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사업 실적이 안정적인 업체는 흥행에 성공했고, 일부는 그룹 계열사 실적 리스크 등으로 수요예측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