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가 아파트 단지 인근 중개사무소는 한산했다. '6·27 대출 규제'에 이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전세 수요를 제외하면 매수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정부는 지난달 외국인의 고가 아파트 매수를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보고 규제에 나섰다. 앞으로 외국인은 서울·수도권에서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 후 4개월 내 입주 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불투명했던 외국인의 자금 조달 출처도 계획서 및 입증 자료 제출을 의무화해 투명하게 검증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실제 규제의 사각지대 속에서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거래는 꾸준히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4568건이던 외국인 거래는 2023년 6363건, 2024년 729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7월까지 이미 4431건에 달다.
하지만 규제 시행 이후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고가를 갈아치우던 강남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자산가와 외국인 투자자 모두 발길을 끊었다.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가 크게 줄었는데, 외국인까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매가 사실상 멈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6·27 대출 규제 이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외국인까지 빠지니 급매 급매 문의 조차 드물다"고 전했다.

외국인은 그동안 고가 아파트 시장의 '큰손'으로 꼽혔다. '래미안 원베일리' '반포자이' 등 신축 고급 단지 위주로 매입했고, 일부는 수억 원 웃돈을 얹어 거래하며 시세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 국적 외국인이 반포자이 전용면적 244㎡를 최고가인 74억 원에 사들여 최고가를 세우기도 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자는 "외국인이 시세 대비 많게는 수억 원 넘는 가격에 주택을 구매하면서 시세가 부풀려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대출 규제도 적용받지 않으니 아무런 제약 없이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신반포 등 구축 아파트는 집주인들이 보수적이라 외국인이 매수 의사를 밝혀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베일리나 반포자이 같은 신축 단지에서 외국인 매수 사례가 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주로 자국의 부동산 브로커나 법인을 통해 주택을 매입한다. 이들 브로커는 매수자에게 매물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를 알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 대출 규제의 제약도 받지 않는 외국인은 브로커를 통해 손쉽게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강남권 중개사들은 이번 규제로 외국인의 서울·수도권 내 거래가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공인중개사는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는 형평성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특히 중국인들의 고가 아파트 및 토지 매입 수요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시장이 확연히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