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매입임대주택의 매입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가 매입 논란 이후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업자들이 매각을 꺼리면서 매입 실적이 저조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구조가 지속될 경우 매입임대주택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LH는 매입임대주택의 매입가를 감정평가사협회와 LH가 추천한 감정평가기관이 산출한 금액을 토대로 정하고 있다.
매입임대주택이란 LH가 도심 내 주택을 매입해 시중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대하는 공공주택이다. 주로 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 등에 공급된다.
기존에는 LH와 매도자 측에서 감정평가 법인 각각 1곳씩을 선정해 각각 얻은 감정평가액을 산술평균해 매입가를 정해왔다.
그러나 고가 매입 논란 이후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업(up)감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고, 2023년 매도자 측에서 추천하는 감정평가사 또는 법인은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에선 LH 측에 유리한 가격으로 산정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특히 감정평가사 추천 대상을 최근 5년간 매입 임대 평가 수행 경험이 있는 감정평가사 등으로 한정한 것도 개선 사항으로 꼽는다. LH 측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만큼 LH에 편향된 감정평가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공사비 연동형' 가격 산정 방식도 오히려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허가와 공사비 산정을 병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인허가 및 각종 심의가 모두 완료된 이후에야 공사비 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A 건설업체는 지난해 8월 심의 이후 11월 토지분에 대한 예비약정을 체결했으나 현재까지도 공사비가 반영된 본 약정은 체결하지 못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LH에 유리하게 감정평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구조"라며 "많은 영세 건설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수십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기준이 적용된 후 매입임대 실적은 오히려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해 LH 매입임대 실적은 4만 2072가구로, 목표치인 5만 4553가구의 77%에 그쳤다.
LH는 공공 매입임대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입장에선 시세보다 낮게 매입하고자 할 수 있겠지만, 과도하게 낮은 매입가는 시장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선 적정한 가격 제시를 통해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는 가격 적정성 확보 등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공사비 연동형 산정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약정 체결된 115개 사업장 중 109개(95% 수준)가 설계도면을 제출한 상태"라며 "가격 기준 강화로 사업자들이 매도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공사는 정상적으로 주택매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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