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회담 또 연기?…미·중 기 싸움에 속 쓰린 한국

연일 中 향해 날세우는 美…정상회담 앞두고 기싸움 돌입
전문가 "5월 미·중 회담서 한반도 문제 주요 의제되기 쉽지 않아"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이 이란과의 1차 종전 협상 결렬 이후 '중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중국이 이란을 지원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인데, 일각에서는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17일 제기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90%의 이상을 구매해 왔는데 이는 중국 에너지 수요의 약 8%에 해당한다"며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중국의 구매가 중단될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호르무즈 일대 등 이란의 해협에 대한 봉쇄를 시도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중국의 은행 두 곳이 재무부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며 "은행 이름을 밝히진 않겠지만 그들의 계좌로 이란의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한다면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가할 용의가 있다고 알렸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정부로의 자금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중국의 은행까지 겨냥한 것이다.

그는 아울러 중국이 석유를 비축하고 자국산 황산 수출 등을 통제한다며 "신뢰하기 어려운 파트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15일(현지시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시진핑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지 말라"라고 요청했으며, 시 주석은 답장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도 "중국은 내가 호르무즈 해협을 영구적으로 개방하는 데 매우 기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보내지 않기로 합의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일면 호의적으로 보이는 듯한 이러한 언급은, 외교적으로는 중국이 이란과 교류를 끊어야 한다는 압박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서신 교환과 정상 간 소통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는 이유는 이번 전쟁에서 확인된 이란의 공격 능력 향상에 중국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은 중국이 이란에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을 제공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추적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미국의 입장에선 경계 대상이다. 중국은 최근 광폭적인 외교 행보를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산체스 페드로 스페인 총리, 칼리드 빈 모헤메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을 두루 만났다.

특히 시 주석은 페드로 총리와의 회담에서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전쟁 당사국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고, 아부다비 왕세자와 만나서는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평화 공존·주권 존중·국제법 준수·발전과 안보의 병행)을 밝히면서 중국이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도 지난 15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안전 보장"을 언급하며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본문 이미지 - 왕이 중국 외교부장. ⓒ 신화=뉴스1
왕이 중국 외교부장. ⓒ 신화=뉴스1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5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자의 입지를 다지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기 싸움에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4~15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3월 말~4월 초로 계획됐던 회담은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번 만남에서는 중동사태, 미중 관세 협상과 함께 한반도 문제도 일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주 약 6년 7개월 만에 북한을 직접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최선희 외무상을 각각 접견하면서 한때 한반도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미중 간 갈등 고조로 인해 이번 정상회담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양국 간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회담이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왕이 부장의 방한 일정을 계속 조율하는 등 관련 국가들과의 소통을 지속하는 분위기다. 만약 왕이 부장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그가 방북 기간 북한 측과 나눈 대화 내용을 파악하고,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동 상황이 여전히 복잡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이를 계기로 한 북미 접촉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장기전'으로 가거나, 일부 접점을 찾더라도 가변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행정부가 순식간에 대북 사안으로 관심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동사태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미 간 접촉이 진행되더라도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있을 만한 유의미한 대화가 진행되긴 쉽지 않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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