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라고 월세집서 쫓겨나" 한평생 고통 벗어난 동림호 가족들

유족들, 눈초리에 고향에서 쫓겨나고 눈물의 세월
선장 신평옥씨 "이제서야 책임감 죄책감 내려놓아"

북한경비정에 강제 납치된 뒤 귀환, 가혹·불법 수사를 받고 한평생 간첩으로 내몰려온 동림호 선장 신평호씨와 선원, 동림호 유가족들이 9일 광주고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기쁨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북한경비정에 강제 납치된 뒤 귀환, 가혹·불법 수사를 받고 한평생 간첩으로 내몰려온 동림호 선장 신평호씨와 선원, 동림호 유가족들이 9일 광주고법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기쁨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빨갱이,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 살아온 삶은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무죄 선고를 받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54년 전인 1971년 5월 서해로 조업에 나섰다가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던 동림호 어부 6명.

심한 안개에 갇힌 상황에서 접근한 북한 경비정은 이들을 총으로 위협한 뒤 북한으로 끌고 갔다.

납치된 이들은 갖은 고초를 겪다가 1972년 5월에서야 겨우 풀려나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을 곧바로 불법 구금하고 가혹 행위와 협박 등을 이어가 '북한 간첩'으로 몰아세웠다.

갖은 협박에 못이긴 이들은 허위 진술을 했고 결국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 받았다.

선장 신평옥씨(84)는 징역 1년6개월에 자격정지 3년을, 나머지 선원 5명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과 그 가족들은 빨갱이 취급을 당하며 고향에서 타지로 쫓겨나는 등 한평생을 억울하게 살아야 했다.

54년 만에 열린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들과 유족들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동림호 선원 5명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신명구씨는 "그동안의 삶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라도 무죄를 선고해준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에게 모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이날 법정에 선 A씨는 "남편과 세를 들어 살 때 주인집 아줌마가 우리더러 간첩이라고 하면서 쫓아내기도 했다. 쫓겨난 우리는 그 누구한테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7살짜리 아이도 할머니는 빨갱이냐는 소리를 하고. 제 주민등록번호는 납북자 가족, 범죄자라는 끝자리라 붙어있다.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제가 법정에 서서 이런 말을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무죄 선고를 들은 B씨도 "동림호 가족의 가장들은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살아야 했고, 그 형제들은 배움의 기회마저 내려놓고 주변의 눈초리와 말할 수 없는 자괴감으로 고향을 등지고 타지에서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납치된 일로 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마음의 무게, 작아지고 위축되는 삶을 살아왔다. 무죄 판결을 내려줘 너무 감사하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는 지난 9월 앞서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동림호의 선장 신평옥씨(84)도 참석해 그동안 선원들과 선원들의 가족들에 대해 느껴온 무거운 마음의 짐도 내려놓게 됐다.

신씨는 "제가 앞서 무죄를 받기는 했지만 제가 (선장으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오늘 여기에 기어코 왔다"며 "선원들이 무죄를 받으니 너무나 좋다. 50년 동안 말도 못하고 살아온 책임감·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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