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문화를 예술 영역으로"…'日현대미술가' 미스터, 10여년 만에 서울 전시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전…회화·드로잉·조각 신작 공개
리만머핀 서울 4일~8월 14일

본문 이미지 -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스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스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글로벌 갤러리 리만머핀 서울은 오는 7월 4일부터 8월 14일까지 일본의 현대미술 작가 미스터의 개인전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를 개최한다. 10여 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Superflat)를 계승하면서도 아르테 포베라의 영향을 반영한 신작들을 대거 공개한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미스터는 "15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서구 중심의 전통 회화에 의문을 품고, 일본만의 독창적인 대안으로서 오타쿠 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미스터는 2000년대 초반 무라카미 다카시가 주도한 현대미술 사조인 '슈퍼플랫'을 충실히 계승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일본의 컬러 TV 보급기와 함께 성장한 애니메이션, 만화, '모에' 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하위문화에 깊이 몰입해 구축한 환상적 우주를 통해 정보과잉 시대의 고립과 역사적 트라우마를 성찰하며, 잃어버린 순수함을 향한 갈망을 전달한다. 특히 그는 애니메이션 등 오타쿠 문화의 시각언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왔다.

본문 이미지 -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스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스터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번에 선보이는 두상 회화 연작 속 어린 캐릭터들의 커다란 눈동자는 질서와 혼돈, 환상과 현실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특히 주목할 만한 핵심 요소는 '자화상'과 '미소녀·미소년 캐릭터'다. 그의 회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순히 귀엽고 달달한 존재에 머물지 않는다. 유리 거울의 보급으로 자화상이 발달했던 중세 시대의 맥락처럼, 작가는 캐릭터의 커다란 눈동자를 통해 아이들이 현재 바라보는 시선과 일상적 경험을 투영한다.

작품들 전반에는 인물의 전신을 생략하고 눈동자와 얼굴을 극대화한 구도가 많이 보인다. 이에 대해 미스터는 인스타그램 등 현대 SNS의 시각적 문법과 아이돌 포스터의 형식에서 착안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배경에 깔린 거친 드로잉과 낙서 같은 회색 톤의 레이어는 작가가 평소 한 낙서를 스캔해 실크스크린으로 얹은 것이다. 이는 깔끔한 완결성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며 마치 거리의 벽면 같은 오염된 느낌을 전달한다.

본문 이미지 -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는 미스터의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전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는 미스터의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전 전시 전경 ⓒ 뉴스1 김정한 기자

작품 속 '동북 지원' 스티커나 사회적 재난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의 사회적 사건과 연결된다. 작가는 폭주족의 오토바이에 붙은 봉사 스티커처럼 이질적인 요소들의 갭(Gap)을 통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오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내면이 밝지만은 않은 일본 사회의 단면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미스터의 작품은 1989년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 등으로 오타쿠 문화에 부정적이었던 일본 사회의 시선을 극복하고, 현재는 당당한 문화적 취향으로 자리 잡은 시대적 변화를 대변한다.

시대의 유행과 아이템을 흡수하며 진화하는 그의 캐릭터들은, 밝고 희망찬 애니메이션의 미학과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동시에 담아내는 독특한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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