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와 딸의 한, 소리로 되살리다…국립정동극장 30주년 '서편제'(종합)

17일 '서편제; 디 오리지널' 프레스콜
공연, 국립정동극장서 17일~11월 9일

'서편제; 디 오리지널'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서편제; 디 오리지널' 공연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딸의 절규가 무대를 울린다. 딸의 눈에 청강수(염산) 부어 눈을 멀게 한 아비는 매정하기만 하다. "지팡이 짚고 다녀, 애비가 쓰던 지팡이 남겨두고 가마."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개막을 앞두고 언론을 대상으로 '서편제; 디 오리지널'의 하이라이트 시연회가 열렸다. 이날 공개된 장면 중 하나는 딸이 실명하는 비극적인 순간이었다.

과거 영화, 뮤지컬, 창극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온 '서편제'가 이번에는 소리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판소리의 북장단과 소리꾼의 성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특징. 작품은 이청준(1939~2008)의 연작 단편소설 '남도사람'의 1부 '서편제', 2부 '소리의 빛', 3부 '선학동 나그네'를 각색했다. '각색의 귀재'로 불리는 고선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본문 이미지 - 고선웅 연출(국립정동극장 제공)
고선웅 연출(국립정동극장 제공)

시연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연출가 고선웅은 "서편제'는 제 인생작이다, 영화 보고 펑펑 울었다"며 "원작 소설도 읽었다, 좁은 한 칸 방에서 아비와 딸이 소리와 대화를 주고받는데, 우주가 펼쳐지고 인생의 길이 보이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고선웅은 작품 제목과 관련해 "원작 텍스트를 충실하게 표현해 '더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고 싶었다"며 "이청준 작가님이 이 무대를 보신다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작품 속 매정한 '아비'에 대해 그는 "저희는 아버지를 '빌런'(악당)이라고 부른다"며 "비정하고 폭력적이라 해도 그것은 (문학 속) 캐릭터이기에 문학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많은 공연 선배가 이 작업을 선보이셨던 것처럼, 저는 섣부르게 다른 색을 덧입히기보다 원작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본문 이미지 - '소녀' 역 김우정(국립정동극장 제공)
'소녀' 역 김우정(국립정동극장 제공)

'소리꾼 배우'들은 이 작품이 소리꾼의 삶을 그린 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또 그만큼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소녀' 역의 김우정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소녀가 너무 짠하고 안쓰러웠다"며 "인생에서도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이나 사고 같은 억울한 일을 누구나 겪지 않나, '내가 소녀라면 이런 상황을 달관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사내' 역을 맡은 박성우는 이 작품이 개인적인 삶과 깊게 맞닿아 있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저도 어릴 때부터 소리를 했는데, 목이 좋지 않아 그만두려던 적이 있었어요. 제 여동생 역시 소리를 했지만, 아버지의 강요로 결국 그만뒀죠. 그때 '소리는 강요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내' 역을 준비하며 감정이입이 너무 깊어져, 후반부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우리 고유의 짙은 한(恨)을 예술로 승화하고자 투혼을 담아 '우리 것'을 올곧게 만들고 싶었다"며 "이번 무대에는 '춘향가'를 비롯해 총 22곡이 담겼다, 관객들이 '진짜 우리 소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 역에는 남원시립국악단 악장 임현빈,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의 멤버 안이호가 낙점됐다. '소녀' 역은 국립창극단 창악부 단원 김우정, 2021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 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한 박지현이 맡는다.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 기념작 '서편제; 디 오리지널'은 17일부터 11월 9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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