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엔 B. 스미스, '인공 가시 울타리' 특허 획득 [김정한의 역사&오늘]

1867년 6월 25일

본문 이미지 - 철조망. (출처: U.S. Army,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철조망. (출처: U.S. Army,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67년 6월 25일,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의 발명가 루시엔 B. 스미스(Lucien B. Smith)가 역사적인 특허를 획득했다. 그가 등록한 미국 특허 제66,182호의 명칭은 '인공 가시 울타리'(Artificial Thorn Hedge)였다.

이 '인공 가시 울타리'는 바로 오늘날 가시철망혹은 철조망의 시초다. 철사 줄에 날카로운 돌기를 꼬아 넣은 이 단순한 발명품은 광활한 대지의 풍경을 바꾸며 인류 문명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미국은 서부 개척이 한창이었다. 정부는 1862년 홈스테드법을 통해 이주민에게 토지를 분배했으나, 정착민들은 문제에 직면했다. 광활한 서부 평원에는 울타리를 만들 나무나 돌이 턱없이 부족했다. 경계가 없는 대지 위에서 농민들의 농작물은 방목된 소 떼에 짓밟혔고, 목축업자 간의 영토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대지를 통제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 절실했던 시대적 배경이 스미스의 발명을 낳았다.

가시철망은 단순한 '가축 울타리'가 아니다. 이는 서구 근대 법사상의 핵심인 '사유재산권의 시각화'를 완성했다. 이전까지 서부의 토지는 먼저 점유하는 자가 임시로 쓰는 공유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가시철망이 덕분에 모호했던 경계선이 법적·물리적 실체로 굳어졌다. 이는 대량 방목에 의존하던 카우보이 시대를 끝내고 개별 농가 중심의 현대식 자본주의 축산업을 정착시킨 계기가 되었다.

가시철망은 공간의 단절과 지정학적 통제의 도구로 진화했다. 서부 개척민에게는 축복이었던 이 철선은 인디언 부족에게는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악마의 로프'였다. 토지의 사유화는 원주민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더 나아가 가시철망은 국경을 가르는 장벽이 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트렌치(참호) 전쟁의 핵심 방어 무기로 쓰이며 대량 살상의 비극을 조장했다.

이후 조셉 글리든 등이 이를 대량생산 형태로 개량하면서 가시철망은 '서부를 쟁취한 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발명은 인류가 공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문명사적 전환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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