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약 100년 만에 돌아온 조선시대 건축물 관월당의 귀환 여정을 조명하는 특별전 '돌아온 관월당: 시간을 걷다'가 경복궁에서 열린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개막에 앞서 2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환영 인사를 전했다.
관월당은 조선 후기 건립된 목조 건축물로, 왕실 관련 사당으로 추정된다. 20세기 초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도쿄를 거쳐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위치한 사찰 고덕원 경내에서 약 100년간 머물렀다. 이후 지난 6월, 고덕원 주지 사토 다카오의 기증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해외로 반출된 한국의 건축 유산이 온전한 형태로 환수된 첫 사례인 관월당의 귀환을 기념하고, 그 과정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복궁 계조당에서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허민 청장은 ""경복궁 계조당은 왕세자가 머물며 정무를 보던 공간으로, 일제에 의해 훼손됐다가 최근 복원된 역사를 갖고 있다"며 "계조당에서 돌아온 관월당을 맞이하는 것은 단절된 우리 역사를 잇고 치유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한국 귀환을 위해 해체됐던 관월당의 주요 부재들과 함께, 반환 과정 전반을 담은 기록물이 소개된다. 이를 통해 관월당이 걸어온 시간을 따라가며, 문화유산 반환이 여러 주체의 책임과 역할 분담 속에서 추진되는 공공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종량과 대공 등 건물의 핵심 구조재를 비롯해, 박공지붕의 구조적 지지와 장식을 겸한 초엽, 용문·거미문·박쥐문·귀면문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암막새 기와 등 대표적인 해체 부재들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각 부재의 역할과 기능, 상징성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공된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는 사토 다카오 주지에게 한·일 간 우호 증진과 문화 교류 실천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대통령 표창' 전달식도 진행됐다.
사토 주지는 "한일 양국 사이에는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며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한일 양국의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월당이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오래도록 보존되기를 바라며, 이 프로젝트에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주셨다는 사실은 제 평생의 자랑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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