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그림의 아름다운 융합"…천지수 작가 '독후화' 북토크 성료

"화가라는 '명사'보다 그리기를 사랑하는 '동사'의 삶 살고파"
14일 수원 경기도서관

본문 이미지 - 14일 수원 경기도서관에서 개최된 천지수 작가 '독후화' 북토크에서 천지수 작가가 작품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14일 수원 경기도서관에서 개최된 천지수 작가 '독후화' 북토크에서 천지수 작가가 작품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대한민국 세 번째 규모인 수원의 경기도서관에서 특별한 문화 행사가 열렸다. 주인공은 책을 읽고 얻은 영감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독후화'(讀後畵)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천지수 작가다.

14일 개최된 이번 행사는 천 작가의 지난 10여 년간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전시 '마지네일리아-틈새의 상상'을 기념하여 진행된 페인팅 북토크다. 이날 행사에는 관람객과 문화계 인사 5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사회자인 김성신 출판평론가의 소개로 시작된 북토크는 윤명희 경기도서관장의 환영사로 문을 열었다. 유 관장은 "천 작가의 작품은 단절되었던 창작 활동을 책을 통해 다시 일으킨 결과물"이라며 축하를 전했다.

본문 이미지 - 14일 수원 경기도서관에서 개최된 천지수 작가 '독후화' 북토크에서 천지수 작가와 김성신 출판평론가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14일 수원 경기도서관에서 개최된 천지수 작가 '독후화' 북토크에서 천지수 작가와 김성신 출판평론가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어 문화일보 최현미 논술위원, 최소연 화가,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특히 김 교수는 "글자가 생기기 전 그림이 먼저 있었다"라며 "천지수의 독후화는 책이 가진 정보와 감성, 상상을 모두 아울러 압축한 새로운 형태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천 작가는 2016년 5월 22일 김성신 평론가로부터 한 권의 책을 건네받으며 매달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그 과정을 글로 쓰는 '페인팅 북 리뷰'(Painting Book Review)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정체기를 겪던 중 "좋은 글은 멋진 표현이 아니라 좋은 생각에서 나온다"라는 조언에 힘을 얻어 알을 깨고 나왔다. 매달 찾아오는 4주 단위의 마감 압박은 고통스러웠지만, 이는 그에게 새로운 생명력이자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

천 작가는 "작품 선별 과정에서 자기 취향에 갇히지 않고 낯선 책들을 마주하며 스스로를 실험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대표작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무인도에서 느낀 극한의 고독을 개코원숭이와의 일화와 엮어 표현한 '우주의 무인도', 거즈붕대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사이의 연결성과 치유를 표현한 '역세권' 관련 작품 등이다. 책의 텍스트를 그대로 재현하는 삽화 수준을 넘어, 책 저자의 의도를 배제하고 오롯이 주관적인 해석과 융합을 작품에 담아냈다.

본문 이미지 - 14일 수원 경기도서관에서 개최된 천지수 작가 '독후화' 북토크에서 천지수 작가의 작품이 책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14일 수원 경기도서관에서 개최된 천지수 작가 '독후화' 북토크에서 천지수 작가의 작품이 책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이번 전시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가장 큰 규모인 100호 크기의 작품이다. 천 작가가 김경집 교수의 저서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는 책이 가득한 도서관을 거대한 생태계이자 정글로 시각화하며, 육체적 역동성은 줄었지만 정신적 역동성으로 무장하여 '괜찮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행사 말미에는 캔버스의 옆면과 아랫면까지 그림을 확장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 특유의 작업 방식과,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에서 영감을 얻은 세월호 민간잠수사 관련 작품 '함께'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천지수 작가는 "화가라는 '명사'보다 그리기를 사랑하는 '동사'의 삶을 살겠다"라며,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가치를 캔버스에 담아 독자 및 관람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것을 다짐했다. 책과 미술의 경계를 허문 그의 독후화 작업은 향후 출판계와 미술계 모두에 신선한 패러다임을 지속해서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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