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9월부터 국내 'e심'(eSIM)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가운데, e심을 쓸 수 있는 단말기 대수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보다 애플 아이폰이 더 많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심'은 스마트폰에 꽂아 사용하는 기존 탈부착 형태의 유심과 달리, 출시때부터 스마트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SW) 형태다. e심이 되는 휴대전화에서는 기존 유심과 e심을 함께하는 '듀얼심'을 활용할 수 있어 스마트폰 한 대로 전화번호 2개를 쓸 수 있게 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e심'이 지원될 갤럭시 스마트폰은 최신 폴더블 폰인 '갤럭시Z폴드4·플립4'를 포함한 두 가지다.

그에 비해 아이폰은 2018년에 나온 아이폰XS(텐에스) 이후 모든 모델에서 국내 e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미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은 태광그룹 알뜰폰(MVNO) 브랜드인 '티플러스'가 지난 2020년 내놓은 e심 요금제에 가입해 휴대전화 1대로 번호 2개를 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국내 시장에서 'e심 모델'을 늦게 선보이는 이유는 '국가별 맞춤 전략'을 꾸준히 고수한 영향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최저가(엔트리) 모델 갤럭시M을 주로 동남아·남미에 내놓는 등 국가별 상황에 맞는 제품을 판매해왔고, 애플은 글로벌 시장에 사실상 동일한 아이폰을 내놨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는 그간 'e심'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지 않은 한국 시장에 맞춰 해외에서만 e심 모델을 판매해왔다.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시리즈 3종(기본·플러스·울트라)의 경우에도 국내 제품에는 e심 모듈이 탑재되지 않았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이통3사에서 'e심'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한국 시장에 해외 갤럭시 모델과 동일하게 내놨어도 사실상 쓸 일이 없었을 것"이며 "e심 요금제를 내놓는 알뜰폰 한 곳만을 위해서라도 'e심' 갤럭시 단말이 계속 나왔다면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통신3사에 'e심'을 압박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e심 상용화가 삼성전자의 제조 설계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본다. 같은 모델을 국가마다 다르게 내놓을 경우 별도의 설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모델을 1000개 만드는 것과 일부만 바뀐 모델로 300개·700개씩 나눠파는 것과 다르다. 같은 제품을 국가마다 달리 내놓을 경우 새로운 기판을 만들어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이 든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e심'이 되는 제품을 전세계에 동시 출시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지난 28일 '듀얼심 요금제'라는 e심 활용 요금제를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내놨다. KT 일반 요금제를 쓰고 있는 고객에게 월 8800원에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woobi123@news1.kr
편집자주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는 'e심의 시대'가 오는 9월 열린다. 그러나 이동통신사(MNO)와 알뜰폰 업체(MVNO), 제조사, 이용자는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e심을 바라보고 있다. 이통사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새로운 부가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알뜰폰 업체는 추가 회선을 통해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개통이 쉬워져 이용자 편의성 개선이 기대되지만, 한정된 번호 자원을 두고 부작용 문제도 우려된다. 정체된 이통 시장에 e심은 새로운 물결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