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과학] 법으로 금지된 '자녀 체벌'…'사랑의 매' 통했나?

체벌,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 거의 없고 부정적 영향 나타나
본격적인 부정적 영향 연구는 1990년대부터…현재는 '부모 교육' 흐름도

굿네이버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맞을 짓은 없다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굿네이버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맞을 짓은 없다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신체적 고통과 메시지 전달을 연결하는 '체벌'은 2021년 1월부터 한국의 법체계에서 사라졌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958년부터 존속했던 이 조항은 2021년 1월 삭제됐다. 징계권 규정이 아동학대 가해자의 항변사유로 이용되는 등 학대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고, 아동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정이 이뤄졌다.

국제단체 '아동폭력 근절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은 3월 한국을 62번째 아동 체벌 금지국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 많은 국가에는 체벌(신체적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이 존재하고, 존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본문 이미지 -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2021.07.02 /뉴스1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2021.07.02 /뉴스1

체벌은 과연 필요할까.

지난달 28일 의학 분야 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체벌의 영향에 대해 분석한 69개 논문을 분석한 리뷰 논문이 발표됐다. 분석 대상 논문 중 8개는 미국 외에서, 61개는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다.

논문 저자인 미국 텍사스 대학의 엘리자베스 거쇼프(Elizabeth Gershoff) 교수는 "체벌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증거는 없다"며 "모든 증거는 신체적 처벌이 아동의 발달과 복지에 해롭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체벌의 영향으로 △문제 행동 증가 △시간이 지나며 긍정적 효과(행동)와 관계가 낮아짐 △아동의 외현화된 문제행동(과도한 공격성 등)으로 이어짐 △심각한 폭력이나 방치를 겪을 위험 증가 등의 결론이 도출됐다. 장기적으로 보면 체벌은 효과(행동 교정)를 보는 효과는 거의 없어지고, 아동의 과도한 공격성으로 이어지는 등 다른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이러한 체벌의 악영향이 아동의 성별·인종·민족성·양육자의 전반적 양육 방식과 관계없이 나타났고, 체벌이 더 자주 사용될수록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서술했다.

체벌의 실효성과 영향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많은 나라에서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고 유엔 총회에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 채택됐지만, 체벌을 금지하는 국가는 4개 뿐 이었다.

2012년 조언 듀랜트(Joan Durrant)와 론 엔솜(Ron Ensom)은 체벌 관련 학계 연구의 20년간의 변천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가 이뤄지는 초기에는 아동의 공격성(문제행동)과 체벌 사이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 하지만 공격성이 높은 아이가 더 높은 수준의 체벌을 받는 경우가 많은지, 체벌이 높은 공격성을 도출해내는지 인과에 대해서는 불투명했다. 연구를 위해 아동에게 고통을 가하는 일은 연구 윤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 대규모 조사 결과가 누적되고 정교한 통계 방법론이 적용되며 점차 체벌의 영향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체벌이 아동의 공격성과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또 체벌을 줄이도록 교육받은 500가구 이상이 참여한 연구에서 아동의 문제행동이 줄어드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어, 체벌과 아동의 공격성·문제 행동과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에서 나아가 청소년기·성년기의 정신건강, 양육자와의 관계, 뇌 화학 메커니즘의 변화, 학업 성취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가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체벌과 부정적 영향이 관계없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점차 부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누적됐다.

그 결과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양육자에게 무조건 체벌을 금지하는 것보다는 비폭력적이고 효과적인 양육법을 배울 수 있도록 '부모 교육'을 강조하는 흐름도 형성됐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부모 등 보호자 교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교육기본법과 평생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비폭력 양육을 위한 법적 근거·인프라 마련을 위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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