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요즘 '3월14일'이라고 하면 '화이트데이'부터 떠올리겠지만 일부에서는 원의 둘레와 지름 사이의 비율 '원주율'의 근삿값인 '3.14'를 따서 '원주율(π)의 날'(Pi Day·파이 데이)로 불렸다.
파이 데이 행사는 미국의 수학 동아리 행사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흐르며, 파이 데이는 대표적인 수학 관련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 들어 포항 공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날 기념 이벤트로는 △음식 '파이'(Pie) 먹기 △원주율 값 외우기 △스톱 워치로 3.14(또는 31.4)초 맞추기 등이 주로 이뤄진다.
2019년 11월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 교육과학 문화 기구) 전체회의에서 3월14일을 세계 수학의 날(International Day of Mathematics·IDM)로 지정했다.
◇왜 원주율?…이집트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역사
원주율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수(數)다. 동그란 원은 많은 문화권에서 '완전성'이나 초월적 무언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는 각기 독자적으로 원주율 계산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중국에서도 나름의 원주율을 사용했다. 구약 성경에서도 원주율의 근삿값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원주율과 비슷한 값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름을 아는 원통의 둘레를 재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는 좀 더 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모든 변의 길이가 같은 '정 다각형'의 변이 많아질수록 원과 비슷한 모양이 되는 것을 응용했다. 아르키메데스는 정96각형을 이용해 원주율을 약 3.1416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계산된 3.141592…와 상당히 근접한 값이다.
이후 많은 수학자가 노력을 기울여 원주율을 계산하는 식을 찾아냈다. 원주율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다. 계산식을 따라 계산하면 3.14159265358979…와 같이 소수점 아래의 숫자들을 알아낼 수 있다. 특히 컴퓨터 연산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수점 아래 약 31조자리(2019년 기록)에 이어 2020년에는 약 50조자리까지 계산되기도 했다.
원주율은 그 값을 구하는 것 외에도 수학이 발전하는 여러 길목에서 나타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원적문제'다. 이 문제는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를 유한 횟수 이용해 주어진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을 그려라"라는 것이다. 문장은 간단하지만,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작도 불가능' 문제다.
반지름이 1이라면 넓이는 원주율과 같은 값이 되고,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의 한 변은 제곱근 원주율(√π)이 된다. 이 값을 작도하는 것을 보이거나, 작도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학자들을 괴롭힌 이 문제는 19세기에 들어서 독일의 수학자 린데만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증명이 이뤄졌다.
◇2021년 파이 데이·세계 수학의 날의 행사는?
올해 수학의 날의 주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수학'이다. 국제적으로 수학의 날 행사를 주도하는 국제수학연맹(IMU)은 △전염병 분석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후 변화 예측 등 수학이 응용되는 사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도 수학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염병 분석'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한다. 한국 연구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이번 세미나는 15일 오후 1시30분 정은옥 건국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수학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과 백신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국립부산과학관도 13일부터 온·오프라인으로 '수학의 날 기념, 수학은 내 곁에 행사'를 진행한다. 과학관에서는 수학놀이 체험 '수학이 필요한 순간', 보드게임체험 '오늘은 수학 전략가' 등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온라인에서는 퀴즈대회와 특별강연이 열린다. 수학과 원주율에 관련된 퀴즈 풀이 이벤트는 부산과학관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특별강연은 김민형 서울대학교 초빙 석좌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수학적 사고의 예시'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사전예약·비대면 방식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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