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연구실을 찾아] "내게 온 학생들, 집에서 제일 귀한 자식"

서울대 산업환경보건 연구실, 세 번째 '건강한 연구실' 현판 달아
현판식 참석·간담회 나선 정병선 차관 "과기정통부에서 만나자"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열에서 바깥쪽에서부터 네 번째)과 윤충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환경보건연구실 교수(오른쪽 열에서 바깥쪽에서부터 세 번째) 등이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 보건대학원 앞에서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제공) 2020.11.4/뉴스1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왼쪽 열에서 바깥쪽에서부터 네 번째)과 윤충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환경보건연구실 교수(오른쪽 열에서 바깥쪽에서부터 세 번째) 등이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 보건대학원 앞에서 '건강한 연구실'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제공) 2020.11.4/뉴스1

편집자주 ...세상 참 많이 변했죠? 기업들은 '부장님' 호칭을 버리고 '위계적 칸막이'를 없애는 등 수평적 문화 만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책까지보며 '90년생 배우기'에 열심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참 변하지 않는 곳이 대학 연구실입니다. 교수님은 여전히 대학원생의 생사여탈권을 쥔 '왕'이죠. 과학 R&D에 연간 20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는데 '꼰대 교수님'과 '90년생 대학원생'이 공존하는 연구실이 변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이미 현장은 변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문화에 성과까지 탁월한 '건강한 연구실'을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조소영 김승준 기자 = 우리는 하루 중 어느 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보통의 생활 패턴에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학생은 학교, 직장인은 일터가 첫손에 꼽힐 것이다.

과거 선생님은 이런 면에서 '학교에서의 부모님'으로 칭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급격한 시대의 변화는 '어버이의 마음'으로 학생을 보듬는 교사도, 교사를 존경하는 학생도 점차 찾아보기 어려운 세태를 만들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내 연구실 택해준 귀한 친구들"

윤충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환경보건연구실 교수는 이런 세태에서 학생들을 자식처럼 위하는 스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내게 온 학생들 개개인이 집에서 제일 귀한 자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이 친구들이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선택할 때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 연구실을 택했으니 더 귀하지 않나. 종종 답답할 때도 없지는 않지만 그럴땐 이 친구들이 '슬로우 러너'(slow runner·천천히 달리는 사람)라고 생각하고 기다린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이끌고 있는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 산업환경보건연구실은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수여한 '건강한 연구실' 현판을 걸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건강한 연구문화 확산과 연구자의 사기진작을 유도하기 위해 건강한 연구실 선정 사업을 추진, 서울대를 비롯해 총 6곳을 '1호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했다. 이날 서울대는 6개 1호 연구실 중 한양대, 명지대에 이어 세 번째로 현판식을 가졌다.

서울대 산업환경보건연구실은 석면의 유해성 평가와 무독화 방법, 미세먼지 발생원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작업자가 일하는 일터와 주변 환경의 건강유해인자를 평가 및 개선하는 연구를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이날 현판식 참석 후 3D 프린터기 방출 유해인자를 파악하고 제어하는 법을 연구하는 연구실 등을 둘러봤다. 정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학생들의 연구 시 경각심을 줘야 한다"며 지난해 12월 경북대 화학관 실험실에서 학생들이 시료 폐액을 처리하다 폭발로 다친 사고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본문 이미지 -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오른쪽)과 윤충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환경보건연구실 교수(왼쪽)가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3D 프린터기의 나노물질 발생에 관한 실험 기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0.11.4/뉴스1 ⓒ News1 김승준 기자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오른쪽)과 윤충식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환경보건연구실 교수(왼쪽)가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3D 프린터기의 나노물질 발생에 관한 실험 기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0.11.4/뉴스1 ⓒ News1 김승준 기자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 "수평적 문화"

정 차관은 윤 교수에게 수학 중인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내 아이도 연구실에 속해 있는데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연구를 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더라. 인생이 연구실에 매여있다시피 한 셈인데, 연구실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인생이 너무 불행할 것 같았다"며 "이런 면에서 학생들에게 연구실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된 곳이 연구비도 더 많이 받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앞선 두 번의 간담회보다 더 허심탄회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윤 교수를 포함한 학교 관계자 전원이 자리를 뜬 상태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윤 교수의 연구실이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수평적인 연구실 문화'라고 입을 모았다.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한 학생은 "대학원 입학 전 회사를 3년 정도 다녔었는데 우울증이 있었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픈 것 같더라"며 "연구실에 와서 느낀 건 수평적인 분위기였다. 박사과정 선배들이든 교수님이 됐든 면담하는데 부담이 없었고 먼저 다가와주시는 게 이전 회사생활과 달랐다"고 말했다.

자신을 막내라고 소개한 한 학생도 "능력이나 지식 모두 부족하지만 선배들은 나를 동등하게 연구자로 취급해주고 견해를 물어보며 소통해준다"며 "연구실 뿐만 아니라 집단이 건강하려면 소통을 바탕으로 신뢰가 쌓여 팀워크가 발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학생은 "내부에서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건강한 정신, 안녕한 상태에서 제약 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도 강조했다.

정 차관은 학생들이 여러 차례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자 "연구재단에서 수평문화 확산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걸 고려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정 차관은 또 '박사과정을 마친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세종과학펠로우십'을 답으로 꺼내놨다.

지난 3일 과기정통부는 박사 후 연구원 등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 기회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세종과학펠로우십 정책을 추진, 박사 취득 후 7년 이내 또는 39세 이하인 박사 후 연구원(비전임교원 포함)을 대상으로 연 1억3000만원 내외의 연구비를 5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박사 후 연구원 200명 내외를 선정해 5년간 1000여명을 지원, 국가 미래를 이끌 우수한 젊은 과학자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정 차관은 "건강한 연구실 출신 연구자들을 (어디서든) 서로 데려가려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게 입소문을 타고 확산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다들 좋은 연구자가 돼 조만간 과기정통부에서도 뵀으면 한다"고 덕담했다.

본문 이미지 -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된 산업환경보건연구실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서울대학교 제공) 2020.11.4/뉴스1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소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건강한 연구실'로 선정된 산업환경보건연구실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서울대학교 제공) 2020.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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