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증류에 흔들리는 美…중국 추격에 오픈모델 규제론 확산?

WSJ "中, 증류 기법으로 미국 AI 빠르게 추격"
오픈AI·앤트로픽·구글 딥마인드 등 정부 차원의 AI 감독 필요성 제기

본문 이미지 -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의 '키미(Kimi)'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AFP=뉴스1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의 '키미(Kimi)'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AFP=뉴스1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미국에서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증류' 기법을 활용해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 성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AI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픈소스 AI를 둘러싼 규제 논쟁도 불붙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을 활용한 증류 기법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류는 성능이 뛰어난 대형 AI 모델의 응답을 학습해 더 작은 모델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컴퓨팅 자원과 비용으로도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어 최근 AI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중국 기업들이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최첨단 AI 기술을 사실상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WSJ은 "여러 중국 기업을 포함한 소규모 모델 개발업체들이 미국 최고 모델의 기능을 모방하는 '증류' 기술을 사용한다"며 "AI 안전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개방형 모델이 발전하고, (이들이) 앤트로픽이나 오픈AI 등 미국 기업과 동일한 규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면 사이버나 생물학적 무기 위협 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 AI는 최근 최상위급 AI 모델 '키미 K3'를 공개해 충격을 줬다. 개방형 모델로 설계된 키미 K3는 일부 벤치마크에서 미국 최신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을 보였다. 문샷 AI는 조만간 키미 K3의 가중치를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WSJ은 미 주요 AI 기업 경영진들이 격한 표현을 쏟아내며 경계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오픈AI의 딘 볼(Dean Ball) 전략미래 담당은 "오픈소스 모델이 시장을 지배할 경우 기술이 시장 상품이 아닌 국가 주도의 '디지털 공공재'로 전락하는 '완전한 AI 공산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디스토피아적 지옥도"라고 비판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마데이(Dario Amodei) CEO 역시 강력한 사이버 보안 기능을 갖춘 AI 모델이 무분별하게 오픈소스로 풀릴 경우 초래될 국가 안보 및 사이버 테러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WSJ은 이러한 미 선두 기업들의 위기감이 현실적인 '돈줄'과 직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수십억 달러의 컴퓨팅 비용을 들여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빅테크 입장에서, 시장에 무상으로 풀리는 중국산 모델은 상장(IPO)을 앞둔 수익 모델과 수조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뿌리째 흔드는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행정부 내 안보 라인과 일부 의원들은 중국 AI 기업의 블랙리스트 지정, 안보 경고 발령, 행정명령을 통한 사용 제한 등 전방위 압박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는 지난해 프라이버시 및 보안 우려를 이유로 연방 및 국방 네트워크 내 중국 '딥시크(DeepSeek)' 모델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규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백악관 AI 자문위원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빅테크의 규제 요구를 "경쟁사를 제거하려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전략"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불확실한 규제를 경쟁 도구로 무기화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면서 주요 AI 기업들에 신규 모델 출시 전 사전 검토를 요구하는 행정명령 등 주요 정책의 실효성 있는 집행도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개발비용 절감과 자체 컨트롤 권한을 원하는 대다수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모델을 포함한 고성능 오픈소스 AI 채택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AI 정책 비영리단체 시드AI(SeedAI)의 오스틴 카슨 CEO는 "미국 기업과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저렴하고 뛰어난 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오픈소스의 생리를 안다면 단순한 '배척'만으로는 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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