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구글이 오는 28일부터 시행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앱 차단 정책이 각국마다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한국의 투자자들이 큰 타격 및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유독 까다로운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가 자국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최근 구글플레이 내 가상자산 거래소 및 소프트웨어 지갑 정책을 변경하면서 오는 28일부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가 한국의 구글플레이에 입점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완료해야 한다.
구글은 글로벌 통일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이번 사안은 각국 규제를 충족하지 못한 앱을 해당 국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선별 차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상당수의 한국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바이낸스·오케이엑스 등 해외 거래소가 미국·유럽연합(EU) 기준은 맞췄더라도 한국의 VASP 요건을 충족 못하면 퇴출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바이낸스 경우 미국·프랑스·UAE·태국·바레인 등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보유 중으로 28일 이후에도 계속 유통가능한 반면 한국에선 VASP 미등록 상태로 차단 대상이 됐다.

문제는 한국의 VASP 신고 수리 요건이 유독 까다롭다는 점이다. 해외 사업자가 한국에서 VASP 신고 수리를 완료하려면 △한국 법인 설립 △은행 실명계좌 확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모두 갖춰야 하며 최소 수개월 이상 걸린다.
특히 한국의 은행들은 자금세탁 위험을 이유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다. 현재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곳만 실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의 혼란이 더 큰 이유는 해외 거래소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타이거리서치·카이코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 투자자들은 약 160조 원(1100억 달러)을 해외 거래소로 이동시켰으며 이는 2023년 대비 3배 증가한 규모다. 이중 바이낸스가 한국인 해외 거래 수수료의 57.7%(약 2조 7300억 원)를 차지했다.
구글이 엄격한 정책을 도입한 배경에는 글로벌 단위에서 가속하는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흐름이 꼽힌다. 여기에 EU가 제정한 가상자산시장규정(MiCA)의 실효를 앞두고 리스크 회피 차원의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미국 법무부와 43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 규모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MiCA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규제 사각지대 앱을 방치할 경우 방조 혐의로 벌금을 물리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MiCA의 가상자산 서비스 사업자 부문 규제는 2024년 12월 시행됐고 최대 올해 7월까지 유예기간(EU 회원국별 상이)을 두고 있다. 미국도 주별로 규제 수준이 다르다.
이를 두고 구글이 정책 변경 과정에서 각국의 규제 수준 차이와 투자자 혼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글코리아 측은 정책 결정 및 적용시기 배경, 국가별 규제 수준 차이 고려 여부 등에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는 VPN을 통해 다른 국가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접속해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고위험 행동 시 구글 이용약관 위반으로 계정 동결 위험이 있다. 구글 플레이에서 국가 변경은 연 1회 가능하다. 단 해당 국가의 결제수단이 필요하다.
앱이 차단되더라도 바이낸스 거래 등을 취급하는 웹 사이트로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 다만 웹 기반 거래는 △거래 실행 속도 △UI 최적화 △푸시 알림 등 핵심 기능에서 앱에 미치지 못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현재 애플(앱스토어 바이낸스 앱 다운로드 가능)도 보수적인 정책을 취해온 만큼 앞으로 구글과 유사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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