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기술을 분석해 반도체 우회수입(밀수) 실태를 공개한 캐나다 연구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를 블랙리스트(Unreliable Entity List·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등재했다.
이번 보복 조치는 테크인사이츠가 최근 화웨이의 최신 AI 칩 '어센드 910C'(Ascend 910C)가 TSMC 등으로부터 조달한 부품을 포함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미·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 확대 국면에서 기업 분석 업체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드문 사례라는 분석이다.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9일 Unreliable Entity List에 테크인사이츠와 산하 9개 자회사를 등재하고 중국 내 모든 개인·기관에 거래 금지를 지시했다.
제재는 테크인사이츠가 화웨이의 어센드 910C 분해 분석 결과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연구진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소프고(Sophgo)라는 중간업체를 통해 TSMC 칩 약 290만 개를 구매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블랙리스트엔 테크인사이츠 외 미국의 드론 방어업체 디드론, 방산업체 BAE시스템즈 등 총 14개 기업이 포함됐다.
중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대만과의 군사기술 협력에 참여했다"며 "중국의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5월~8월에 최소 10억 달러 규모 엔비디아 AI 칩이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제3자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에 수입됐다고 보도했다.
대만 당국은 화웨이·SMIC 등을 포함한 601개 기업·기관을 전략적 첨단기술 품목 거래제한(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중국은 자국기업 AI 칩 성능·생산능력 등이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칩인 H20 등과 견줬을 때 자립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중국 사이버스페이스관리국(CAC)은 바이트댄스·알리바바 등 주요 기업들에 엔비디아 제품 주문·테스트 등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대신 화웨이·캠브리콘 등의 AI 칩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도 주요 항구에서 반도체 수입화물 검사를 대폭 강화했다.
반면 중국의 '탈엔비디아'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AI 칩들은 과열·장애 발생 등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딥시크가 최근 'R2' 모델 훈련에 화웨이가 자체개발한 어센드 칩을 활용했지만 △과열·안정성 저하 △연결 속도 지연 △소프트웨어 성능 문제 등 기술적 결함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차단 조치 등은 단순 보복을 넘어 자국 빅테크 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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