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코인사이트] '웹3' 신원증명…비탈릭 부테린이 띄운 SBT 뭘까

기자간담회 연 부테린, 관심 있는 분야로 '아이덴티티 스페이스' 언급
웹3.0 서비스서 '정체성' 보여주는 SBT…부테린이 직접 백서 작성

편집자주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이자, 주요 용어가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신생 산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소식도, 암호화폐 투자와 직결된 소식도 독자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이해가 어려운 암호화폐‧블록체인 소식을 쉽게 풀고, 나아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까지 담은 ‘코인사이트(Co;insight)’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인사이트’는 암호화폐를 뜻하는 ‘코인’과 ‘인사이트’의 합성어로, 암호화폐‧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소식을 인사이트 있게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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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 주요 인사들이 속속 한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번주가 바로 '코리아블록체인위크'이기 때문인데요. 세계 각국의 인플루언서들이 속속 강연을 펼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 명을 특정하긴 어렵겠지만, 객관식 문제라면 '비탈릭 부테린'은 반드시 보기에 있을 것입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의 창시자이죠.

비트코인(BTC)의 창시자인 사토시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니, 이더리움의 창시자가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의 기반이 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죠. 현존하는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블록체인 기반 앱을 뜻하는 '디앱'들이 이더리움에서 파생됐으니 이더리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블록체인 산업은 없을 것입니다.

이 비탈릭 부테린도 지난주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비들 아시아 2022'에서 강연도 하고, 전 세계 20여개 매체가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도 열었는데요. 기자간담회에서 부테린이 최근 관심 있는 분야로 특정한 게 있습니다.

바로 '아이덴티티 스페이스(Identity Space)'입니다. 아이덴티티는 '정체성'을, 스페이스는 '공간'을 뜻합니다. 부테린은 '나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을 포괄적으로 부른 듯합니다. 정식 용어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부테린이 언급한 공간은 웹 3.0 세계 안에 있는 공간입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플랫폼들이 지배한 웹 2.0 세계에서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곤 했죠. 하지만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에게 데이터를 빼앗기고, 개인의 데이터는 함부로 이용당해 왔습니다.

웹 3.0은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차세대 웹 환경을 의미합니다. 중앙화 플랫폼을 벗어나는 '탈중앙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웹 3.0 횐경의 기반 기술로는 블록체인이 쓰입니다. 이런 웹 3.0 환경에서는 개인이 어떻게 정체성을 드러낼까요? 부테린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본문 이미지 -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가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39;비들 아시아 2022 컨퍼런스&#39;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2.8.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가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피텔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비들 아시아 2022 컨퍼런스'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2.8.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비스 가입에 '암호화폐 지갑'을 이용한다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때 '네이버 계정으로 시작하기', '카카오 계정으로 시작하기' 같은 기능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대표적인 웹 2.0식 계정 생성 방식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 공룡이 갖고 있는 '내 정보'를 다른 서비스가 받아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웹 3.0 서비스들은 이런 플랫폼 서비스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을 위한 가입 절차는 간편해야겠죠. '네이버 계정으로 시작하기'보다 간편하지 않다면 아무도 웹 3.0 서비스를 쓰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웹 3.0을 지향하는 서비스들은 암호화폐 지갑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지갑으로는 메타마스크, 코인베이스 월렛 등이 있는데요. 이런 지갑은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고도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암호화폐 지갑 자체가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쓰는 서비스입니다. 이 지갑의 주소를 서비스에 연동해 가입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웹 3.0 콘텐츠 플랫폼인 '미러'가 있습니다. 미러는 글을 쓰고, 글을 통해 펀딩을 받고, 그 글을 대체 불가능 토큰(NFT)으로 발행하기도 하는 웹 3.0 서비스인데요. 미러에서 글을 쓰기 위해선 메타마스크를 연결해 계정을 생성해야 합니다. 암호화폐 지갑이 곧 계정이 되는 방식입니다. 그 계정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죠.

본문 이미지 - 오른쪽 위 &#39;지갑 연결&#39; 버튼을 통해 계정을 생성하는 미러 사이트. 사이트 갈무리ⓒ 뉴스1
오른쪽 위 '지갑 연결' 버튼을 통해 계정을 생성하는 미러 사이트. 사이트 갈무리ⓒ 뉴스1

문제는 단순히 암호화폐 지갑 계정만 사용할 경우 개인의 신원을 증명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탈중앙화된 방식이기는 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신원이 필요할 경우 그 신원을 암호화폐 지갑 주소만으로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부테린은 최근 백서를 발표하고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신원이 담긴 토큰…부테린이 백서 쓴 'SBT'는 무엇일까?

부테린은 지난 5월 '탈중앙화된 사회: 웹3의 소울을 찾아서(Decentralized Society: Finding Web3’s Soul)' 라는 백서의 공동저자로 참여했습니다. 백서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는 바로 소울바운드토큰(Soulbound Token, 이하 SBT)입니다.

SBT는 학력, 경력 같은 개인의 정보를 담은 토큰을 의미합니다. NFT는 고유한 식별 코드와 메타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서 데이터를 위조할 수 없는데요. SBT는 NFT의 데이터에 개인의 신원을 인증할 수 있는 정보를 담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일반적인 NFT와 달리,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특징입니다.

SBT는 토큰이므로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될텐데요. 부테린은 SBT가 상용화될 시 여러 웹 3.0 서비스가 더 발전될 것으로 봤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을 연동하는 방식, 즉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계정을 생성하면서 SBT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신원을 증명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웹 3.0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SBT로 신용평가를 하는 식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NFT의 메타데이터는 위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번 SBT가 쓰이게 되면 개인에게 '주홍글씨'를 찍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따릅니다. 개인에게 낙인이 찍히는 사회에서는 차별이 더 심해질 수도 있죠. 이에 부테린을 포함한 공동 저자들은 SBT를 소각하는 방식도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부테린은 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KBW 2022:IMPACT' 행사에서도 SBT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결제 외 블록체인 기반 비금융 서비스 중에선 블록체인 상 데이터를 활용해 신원을 증명하는 서비스들이 전망 있다고 밝혔는데요.

부테린은 "이더리움 지갑 계정으로 다른 서비스에 로그인을 하려면 ENS(이더리움네임서비스, 이더리움 지갑에 이름을 부여하는 서비스)를 활용해 계정을 만들면 된다"며 "그 계정이 사람인지 봇인지 증명하려면 블록체인 상 데이터를 활용해 신원을 증명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게 소울바운드토큰(SBT)을 제안한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더리움 지갑으로 생성한 계정에서 신원을 증명하고, 웹 3.0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SBT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죠.

본문 이미지 - 비탈릭 부테린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39;SBT&#39; 관련 백서.ⓒ 뉴스1
비탈릭 부테린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SBT' 관련 백서.ⓒ 뉴스1

◇SBT가 지핀 논의, 웹 3.0 '아이덴티티 스페이스' 주목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사람 중 한 명인 만큼, 부테린이 꺼낸 논의는 의미 있습니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NFT에 이어 올해는 웹 3.0이 블록체인 산업의 주요 키워드로 꼽히고 있는데요. 웹 3.0의 목표를 실현하는 서비스들도 다수 나오고 있죠. 완벽한 탈중앙화란 없지만, 이 서비스들을 최대한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지갑으로 계정을 생성하는 것 외에도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즉, 단순히 웹 3.0 서비스들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봐야 합니다.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덴티티 스페이스'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각 서비스들이 이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제공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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