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아온 김정주…6년 전 '진경준 게이트'로 "심적 스트레스 컸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 (NXC 제공) ⓒ 뉴스1
김정주 넥슨 창업주 (NXC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19년 1월,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돌연 매각설에 휩싸였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엔엑스씨(NXC) 이사가 지분 전량을 시장에 내놓은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김 대표는 같은 달 입장문을 통해 이를 인정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위 게임사 넥슨을 둘러싼 갑작스러운 매각 결정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넥스트 넥슨'으로 도약하기 위한 창업주의 용단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일각에선 지난 2016년 대학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 게이트에 휘말리며 심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그가 결국 '회사 매각'이라는 카드까지 꺼낸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을 내놨다.

실제 김 창업자는 당시 2년여간의 수사·재판을 겪으며 가까운 지인들에게 '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해진다. '제2의 디즈니'를 만들고 싶다던 그의 사업 의지도 한풀 꺾였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진경준 게이트' 연루에 고개 숙인 김정주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향년 54세의 나이로 미국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넥슨 지주사 NXC에 따르면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상황이 악화됐다.

김 창업자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게임 업계는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창업자의 측근들은 지난 2016년 '넥슨 공짜주식 사건'을 기점으로 그가 심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이를 미처 다독이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16년 '진경준 게이트'로 불거진 '넥슨 공짜주식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서울대학교 86학번 동기 사이인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 창업자는 공직자(검사)와 기업인이 된 이후에도 우정을 이어갔다.

사건은 2016년 진 전 검사장의 재산이 공개되며 불거졌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진 전 검사장(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정부 고위공직자 중 가장 많은 자산(156억5609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 전 검사장이 법적 심판대에 서면서 그가 김 창업자의 도움을 받아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불린 정황이 포착됐다. 특혜논란이 일면서 김 창업자의 도덕성에도 생채기가 생겼다.

구체적으로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비상장사였던 넥슨 주식 1만주를 구입하고, 이를 10년에 걸쳐 처분했다. 시세차익만 129억원 어치다. 조사 결과 진 전 검사장이 주식 매매 대금 4억2500만원을 넥슨 측에서 무이자로 빌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진 전 검사장이 일반인 자격으로 비상장주를 구매한 데다, 사실상 무자본으로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확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김 창업자는 2년여간 재판을 받았고, 2018년 최종 무혐의로 끝을 맺었다.

본문 이미지 - (왼쪽부터)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창업자와 진경준 전 검사장 2016.12.13/뉴스1
(왼쪽부터)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창업자와 진경준 전 검사장 2016.12.13/뉴스1

◇'노는 회사 노는 대표'에서 '은둔의 경영자'로

"그냥 취직해서 사는 인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회사. 놀듯이 다니는 회사. 어떻게 이런 애들이 회사를 만들었지? 이렇게도 회사가 굴러가는구나, 어쩌면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만든 회사. 그런 의미에선 넥슨이 단지 게임 회사만은 아니죠." (넥슨의 성장스토리를 담은 책 '플레이' 중)

김 창업자는 넥슨을 '놀면서 다니는 재밌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 했다. 넥슨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벤처 DNA를 잃지 않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그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넥슨은 임원 주차장과 비서가 없는 회사, 직함이 없는 회사로 유명했다. 김 창업자 역시 사내 별도의 공간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회사를 오가며 임직원들과 교류했다. 심지어는 재직자들이 그에게 창업 상담을 요청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돌연 '은둔의 경영자'가 된 시점이 바로 진 전 검사장과의 사건 이후다. 김 창업자는 특혜 시비 소송에 연루된 직후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며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법의 판단과 별개로 저는 평생 이번의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다"고 고개 숙였다.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2018년에는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 창업자는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 것이며, 자녀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고 사회공헌 활동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한 그는 지난해 7월, 15년간 맡아온 NXC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의 성장을 돕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글로벌 투자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의 지인들은 그가 진 전 검사장 게이트와 연루된 이후 심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 1세대로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 김 창업자가 진 검사장과 연루된 소송에 휩싸이며 도덕적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게임 업계의 실망감에 그 역시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며 "게임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 힘들어했지만 '사업을 그만둬야겠다'고 말한 시점도 그때가 처음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제2의 디즈니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날 만큼 그가 느낀 고통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김 창업자의 국내 빈소 마련 여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유족의 결정에 따라 하와이 현지 안치 가능성도 점쳐진다. NXC 측은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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