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때는 차 한대 값" 집전화 가입비, 20년만에 전면 폐지

휴대폰 가입비도 2015년 폐지됐는데, 유선전화는 이제야
전화 한대 설치에 '100만원' 시절 거쳐 01년부터 가입비 6만원

본문 이미지 - KT가 2015년 ‘집전화 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하는 모습. (KT 제공) 2015.5.6/뉴스1 ⓒ News1 DB
KT가 2015년 ‘집전화 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하는 모습. (KT 제공) 2015.5.6/뉴스1 ⓒ News1 DB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이른바 '집전화'라 불리는 유선전화 가입비가 20년만에 폐지됐다. 2001년 KT가 '가입비'라는 항목으로 6만원씩 받던 것이 20년만에 폐지된 것이다.

타 유선전화 사업자들은 이미 가입비를 폐지한 상태이며, 이동전화 역시 지난 2015년 모두 폐지됐기 때문에 이번 KT 유선전화 가입비 폐지로 국내 모든 통신서비스의 가입비가 사라지게 됐다.

◇경쟁사는 이미 20년전 폐지…휴대폰도 5년전부터 가입비 無

12일 KT에 따르면 이 회사는 7월1일부로 가입비를 전면 폐지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8월말 기준 유선전화 가입자는 총 1308만9039명으로, 이 중 KT 가입자만 1058만2655명에 달한다. 전체 유선전화 시장의 80.9% 점유율을 차지한다.

KT의 이번 가입비 폐지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의 경우 2002년7월9일부터 가입비를 모두 폐지하고 설치비를 포함한 출동비 2만2000원만 받고 있다. 포인트나 결합가입 등 다양한 혜택을 이용하면 출동비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도 지난 1996년 도입된 '가입비'를 2015년 완전 폐지했다. SK텔레콤이 2014년11월 가입비를 먼저 폐지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이듬해 신규 가입자에게 부과해 온 7200원과 9000원의 가입비를 각각 폐지했다.

하지만 유선전화 시장 80.9% 점유율을 차지하는 KT는 경쟁사보다 20년 늦게, 이동전화보다는 5년 늦은 2020년7월에야 가입비를 폐지했다. 폐지 전까지 KT의 유선전화 가입비는 6만원이었다.

이번에 KT가 가입비를 폐지함으로써 이용자들은 별도의 가입비 없이 2만7000원의 설치가입비만 지불하면 전화를 놓을 수 있게 된다.

유선전화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가족끼리도 휴대폰을 사용하는 '이동통신' 시대로 대부분 전환됐지만 법인 사업자를 중심으로 유선전화 시장은 아직 공고하다. 업계는 1000만 가입자 정도는 더이상 무너지지 않는 '공고한 바닥'으로 인식하고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전화망이 전국에 깔려있다 하더라도 설비유지나 관리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특히 KT는 지난 2019년부터 관로 등 유선 설비를 위한 전면 재투자에 돌입해 한해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설비투자를 이용자들도 함께 부담하는 차원에서 '설치비' 명목으로 가입비가 높았지만, 이번에 가입비를 전면 폐지하면서 이용자들의 부담은 낮추면서도 더 높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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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전화기 설치에 100만원…'차 한 대 값'이던 시절

유선전화 가입비가 전면 폐지되면서 과거 너무나 비싼 가입비로 인해 전화기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회자되고 있다.

과거 '국영통신사 한국통신'(KT 전신) 시절이던 60년대~70년대까지 집에 전화기를 놓으려면 '개통비'가 100만원이 넘었다. 70년대 초반 쯤 아파트 한채 가격이 300만원 수준이었고, 차 한대 가격이 100만원이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전화기 한 대 설치에 차 한 대 값이 들었던 셈이다.

당시 설치가입비가 이처럼 비쌌던 이유는 유선전화 전국망이 갖춰지지 않았고, 댁내(집 안까지 전화선을 끌고 들어가는 비용) 설치를 위한 설비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전화 설치를 위한 '설비비'를 가입자에게 부담시키면서 높은 설비비를 부과했다.

70년대 중반부터 정부는 공격적인 전화 보급 사업에 나선다. 정부 주도로 망을 증설하는 한편 일반 가입자들에게는 백색전화 대신 저렴한 '청색전화'를 기반으로 보편화 사업에 나섰다. 한국통신도 80년대부터는 설치가입비를 대폭 낮춰 20만원대 안팎에서 전화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KT에 따르면 2001년4월14일까지는 유선전화를 설치하려면 설비 급지에 따라 12만2000원에서 24만2000원까지 설비비용이 부과됐다. 이 비용은 해지시 돌려줬다.

정보통신정책전문가인 강홍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대학원 교수는 "70년대까지는 가입설치비가 매우 비쌌던 '백색전화'가 드물게 보급되고 있었는데, 이후 청색전화가 보급되면서 전국적으로 전화기 보급이 확산됐다"면서 "이 시기에는 전국적으로 유선전화 설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KT는 (망 구축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설비비를 그대로 받다가 언론의 질타를 받고 해지한 사람들에게 설비비를 뒤늦게 돌려줬다"고 회고했다.

강 교수는 이어 "설비투자를 이용자에게 일부 전가하는 행위가 바로 '가입비'인데, 이를 폐지함으로써 이용자 권익이 좀 더 신장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동통신으로 대부분 전환됐지만 유선전화는 '보편적 통신'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만큼 사업자들의 투자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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