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정책, 데이터 기반 전환 필요"…'소상공인 GDP' 구축 속도

매출·고용 넘어 공동체·문화 가치까지…소상공인 재평가 시동
소진공, 소상공인 총생산지표 구축 계획…연말 첫 산출체계 공개

본문 이미지 - 민족 최대명절 설을 앞둔 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2.1 ⓒ 뉴스1 황기선 기자
민족 최대명절 설을 앞둔 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6.2.1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소상공인 정책 기준에 대해 매출과 고용 중심의 기존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안전망과 공동체, 문화 생태계 유지 역할까지 반영하는 새로운 접근이 추진된다.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닌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주체로 소상공인을 다시 정의하겠다는 시도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인태연 이사장 취임 이후 소상공인의 '생태적 가치(Ecological Value)' 발굴과 가치 측정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소상공인 정책은 매출과 고용 등 경제 지표를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은 생계형 업종이나 경제적 약자 보호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지역사회 안전망과 공동체 유지, 문화 형성 등 비경제적 역할은 정책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소상공인은 국내 전체 기업체의 95.2%, 종사자의 45.9%를 차지하는 민생경제 핵심 축이다. 규모만 보면 한국 경제에서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그러나 정책은 여전히 '어려운 계층 지원' 중심으로 접근해 왔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소진공이 추진하는 변화의 핵심은 '소상공인 총생산지표(S-GDP)' 구축이다. 일정 기간 소상공인이 창출한 총부가가치를 측정해 경제적 기여도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단순 매출 총합 지표와는 다르다.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측정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인태연 이사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통시장, 골목상권을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이나 일자리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이들은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주체"라고 강조했다.

소진공이 정의하는 생태적 가치는 경제·사회·문화 가치가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며 형성되는 복합적 가치 구조다.

경제적 가치에는 고용 창출과 소득 분배, 지역 내 소비 순환, 독과점 방지,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이 포함된다.

사회적 가치 영역에서는 지역사회 안전망 기능이 강조된다. 골목 상점은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며 이른바 '거리의 눈' 역할을 하고, 범죄 예방이나 아동·노인 보호 등 공동체 기능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동네 슈퍼와 세탁소, 식당은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이웃 간 안부를 확인하고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생활 거점 역할도 해왔다.

본문 이미지 - 소진공의 생태적 가치 (소진공 제공)
소진공의 생태적 가치 (소진공 제공)

문화적 가치 역시 주요 요소다. 지역 노포와 전통기술은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고 도시 다양성과 경관 유지에도 기여한다. 골목상권은 관광과 지역 문화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양갑수 소상공인정책연구소장은 "그동안 소상공인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취약 경제 주체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 지역을 지탱하고 사람과 돈이 흐르게 하는 주체는 소상공인"이라며 "이런 가치가 국가 자원 배분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받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상공인이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경제 주체인지, 아니면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축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진공은 생태적 가치를 선언적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치로 계량화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학계와 전문가, 협력단체 등이 참여하는 '소통마루', 연구자 모임 '연구마루' 등을 구성해 측정 방식을 정례화할 계획이다.

올해 9월 S-GDP 산출 체계 중간 결과를 공개하고 연말에는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매년 관련 지표를 발표해 정책 설계 근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본문 이미지 - 인태연 소진공 이사장이 2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인태연 소진공 이사장이 2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가치 측정에는 기존 경제학 분석 기법도 활용된다. 이미 다른 분야에서 활용 중인 가치 측정 방법론을 적용해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성과 평가 방식도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소진공은 사업 수혜자의 이력과 매출, 고용 정보를 연계한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카드 매출 데이터 등을 활용한 정책 효과 분석도 진행 중이다.

실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개봉 이후 강원 영월군 소상공인 일 매출이 35.7% 증가한 사례도 분석 결과로 도출됐다.

업계에서는 소상공인을 단순 보호 대상이 아닌 지역 생태계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 소장은 "소상공인은 단순한 경제 주체를 넘어 지역을 유지하는 기반"이라며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정책에 반영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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