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원청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가 없는 다른 업체로 물량을 돌릴 수도 있다. 갈등이 계속되면 해외로 생산을 이전하는 것도 고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은 법적 리스크에 대응할 인력이나 조직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노무 담당 인력을 따로 두기도 쉽지 않고 노무사를 활용하는 데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경남 제조업체 대표 B씨)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생산 차질 가능성과 원청 거래 구조 변화, 법적 대응 부담 등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해보면 중소기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해 △생산 차질에 따른 원청 거래 축소 가능성 △법 적용 범위의 불확실성 △노무·법률 대응 인력 부족 등을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교섭 과정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원청 기업이 거래 구조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노사 갈등이 반복되거나 장기화하면 원청이 거래 물량을 다른 업체로 돌리거나 해외 생산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옥선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노란봉투법 여파로 짚을 부분은 원청 기업의 '거래 회피' 가능성"이라며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경우 원청 기업도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만큼 대기업 입장에서는 하청 노동자와 직접 교섭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원청 기업이 기존 거래 구조를 유지하기보다 사내 하청을 줄이거나 노조가 없는 업체로 물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극단적으로는 해외 생산 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중소기업과의 거래가 줄어드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생산 차질이나 납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으며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변수들이 거래 관계나 경영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긴장감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원청 기업의 협력업체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은 협력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지원이나 복지 프로그램, 교육 등을 제공해 왔지만 이러한 활동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입증하는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원을 축소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양 본부장은 "협력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이나 복지 지원이 오히려 원청의 지배력을 입증하는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이 경우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 지원을 줄이면 산업 현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법 적용 범위와 해석의 불확실성도 현장의 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판단 기준이나 임금 교섭 범위, 하도급 단계(1차·2차·3차) 적용 범위 등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 본부장은 "정부가 해석 지침을 내놓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원청의 지배력 판단 기준이나 교섭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도 대응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노무·법률 대응 역량이 부족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인력과 조직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의 경우 노사 분쟁이나 사법 리스크 대응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짚고 있다.
지방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은 사내 법적 대응 인력이나 조직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노무 담당 인력을 따로 두기도 쉽지 않고 외부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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