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민주 장시온 기자 =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이를 둘러싼 정책 환경 모두 선택의 기로에 선 분위기다.
<뉴스1>은 중소기업계 전문가 7인에게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하는 환경에서 중소기업이 생존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기업 스스로의 재무 구조 점검과 비용 관리, 사업 모델 재편, 생산성 제고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의 지원 방향 역시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나 광범위한 지원보다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반등이 아닌 저성장 국면이 예고된 만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스스로가 비용 구조와 재무 상태를 점검하며 '버티는 힘'을 키우는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환율이 일시적 변수가 아닌 ‘뉴노멀’로 굳어지면서, 중소기업에는 그 어느 때보다 비용 효율화와 체력 관리가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12월 조사에 따르면 수출과 수입을 병행하는 중소기업의 40.7%가 최근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었다. 또 중소기업의 55.0%는 상승한 원가를 판매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병헌 광운대 교수는 "올해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비용 관리에 방점을 둔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비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확장보다는 비용 관리와 사업 구조 점검에 집중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국면
"이라고 설명했다. 이라고 말했다.
김성섭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도 "고환율·고비용 환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외형 확대보다 비용 절감과 재무 안정에 초점을 둔 '코스트 컨셔스'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역시 "올해 어느 때보다 매출과 생산성 관리가 중요하다. 내실 있게 경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익을 따져 생산성을 관리해야 변화의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상>편에서 올해 수출 환경이 전반적으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수출에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발간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수출액을 7200억 달러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7296억 달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915억 달러로 전망했다.
조주현 원장은 "내수만으로는 중소기업이 성장하거나 버티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중소기업도 수출에서 모멘텀을 찾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기존 거래선이 바뀌는 것은 분명 리스크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가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특정 국가나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포함한 신흥 시장으로 거래선을 넓히는 방향으로 수출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사우스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신흥·개도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새롭게 수출 시장으로 주목받는 지역을 말한다.
김성섭 교수도 "중소기업 수출도 기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인도나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 시장을 포함해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 역시 절실한 때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무차별적인 재정 투입보다는 비용 부담 완화, 사업 전환, 생산성 제고 등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10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계획 조사'에 따르면 새해 가장 필요한 경제정책은 '금융 지원 및 세금 부담 완화'(77.7%)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R&D·투자 지원 확대'(24.7%), '원자재(원재료) 수급 안정화'(24.1%)가 이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다만 체력이 약해진 기업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정책 지원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새해 중소기업 정책은 혁신 활동이나 생산성 제고로 실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했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는 "지금은 돈을 퍼부어서 반등이 일어날 상황이 아니다. L자 국면이라는 건 아무리 돈을 풀어도 바로 효과가 나지 않는 구조라는 뜻"이라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단기 부양보다 중소기업이 구조적인 저성장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꿔야 할 시기라고 본다"고 전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무조건 돈을 푸는 방식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어. 결국 물가만 올리고 환율을 자극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중소기업도 한계 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건 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헌 교수는 정부 수출 지원책에 대해 “종합무역상사처럼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해 해외 시장에 내다 파는 수출 전문 중소기업을 육성해 간접 수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며 "출 전문업체가 충분한 자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보증이나 투자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업체별 수출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식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minju@news1.kr
편집자주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강하게 하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의미로 중소기업계가 올해 경영환경을 예상하며 뽑은 사자성어다. 하지만 새해 중소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치 않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가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옭죄고 있으며 변덕스러운 관세도 불안요소로 자리잡았다. 점점 더 강해지는 노동규제는 숨통을 죄어온다. <뉴스1>은 중소기업 전문가 7인에게 새해 중소기업 경영환경과 전망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