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종이없는 사회'가 대세가 되면서 전통 제지업계의 입지는 갈 수록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이 대체할 수 없는 종이의 영역은 여전히 확고하다. 특히 생활 속 종이소재를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하면서 매출을 방어하고 수익성도 지키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매출의 23% 수준까지 끌어올린 한솔제지(213500) 얘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단순한 제지 생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패키징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친환경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인쇄용지, 산업용지(백판지)뿐 아니라 특수지, 감열지, 신소재 개발 등에 친환경 테마를 적용하고 있는 것.
특히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과 생분해 가능한 포장재 상용화를 친환경 경영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다.
실제 한솔제지의 2020년 전체 매출은 1조4829억 원이고 이중 3902억 원(26.3%)이 친환경 제품으로 구성됐다. 2022년 환경사업부 통합 이후에도 약 4600억 원 수준의 친환경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에는 친환경 제품 매출액이 4991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매출이 2조1205억 원으로 2020년 대비 크게 신장하면서 매출 비중 자체는 소폭 줄었지만 절대 규모는 오히려 성장했다.
한솔제지의 대표 친환경 패키징 제품은 '테라바스(Terravas)'와 '프로테고(Protego)'다.
테라바스는 기존 폴리에틸렌(PE) 코팅을 대체하는 수분산 코팅 기술이 적용된 종이소재다. 재활용률이 90% 이상으로, 종이류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며 매립 시 생분해돼 환경 부담을 최소화 한다. 방수성과 내구성을 갖춰 종이컵, 종이 빨대, 식품용기 등 다양한 식품 패키징에 활용된다.
프로테고는 산소와 수분을 차단하는 고차단성 종이 연포장재다.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호일을 겹겹이 썼던 기존 포장 방식을 단일 종이 소재로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2%까지 줄였다. 커피, 차류, 간식, 반려동물 식품, 화장품 포장 등 40여 개 품목에 이미 적용돼 있다.
특히 치킨 포장지, 케이크 띠지, 커피 스틱, 반려동물 간식 포장지, 유아 간식 포장지 등 소비자가 일상에서 접하는 포장재 상당수가 한솔제지의 기술로 제작된다.
한솔제지는 식품·생활용품·화장품 등 다양한 브랜드와 손잡고 친환경 패키징 제품을 확대하며 플라스틱 대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글로벌 ESG 평가에서도 인정받았다. 한솔제지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기관 에코바디스(EcoVadis)로부터 3년 연속 플래티넘(Platinum) 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전 세계 상위 1% 기업에게만 부여되는 최고 등급으로, 환경·노동·윤리·공급망 등 전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프로테고가 적용된 '카미에코 커피팩(KAMIEKO Coffee Pack)'은 최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스페셜티 커피 전시회 'SCAJ(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Japan) 2025'에서 '지속 가능 제품상(Sustainable Product Award)'을 받았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산소와 수분 차단 성능을 유지해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친환경 패키징 기술은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한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며 "기술 혁신과 책임 있는 경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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