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돈 안쓴다? 결제가 소비 막고 있다"[관광은 국가전략]⑤

비자코리아 패트릭 스토리 "비접촉결제 수용률 처참"
"교통이 막히면 지역관광 막힌다…이커머스도 장벽"

편집자주 ...세계인이 한국으로 몰려든다. 국민도 세계 곳곳으로 나간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 산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소비나 사치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전략 산업이 관광이다. 저성장, 지역소멸, 인구소멸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키가 관광이다. <뉴스1>은 기획 인터뷰[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학계·현장·외국인 시선에서 관광 정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차례로 짚는다.

본문 이미지 -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한때 한국은 디지털 결제 강국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촘촘한 이동통신망, 모바일 간편결제는 한국을 'IT 강국'이라 불리게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모바일 간편결제는 일상이 됐고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도 누구보다 빨랐다.

그러나 한국에서 너무 빨랐던 '우리만의 결제 기술'은 어느덧 '갈라파고스'가 됐고 국제 결제표준 도입에 오히려 뒤처지면서 지금은 '결제 중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한국은 '결제가 불편한 나라'에 속한다. 관광객이 늘고 소비가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결제 인프라는 한국 관광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병목으로 지적된다.

뉴스1의 기획 인터뷰 <관광은 국가전략>에서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한국지사장은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지만, 글로벌 표준과는 아직 충분히 연결돼 있지 않다"며 "결제 문제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 경쟁력의 문제"라고 말했다.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한국지사장은 한국을 두고 "디지털 결제 강국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여전히 낯선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현금 없는 사회로 매우 일찍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로컬 중심의 결제 기술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며 "당시에는 가장 앞서 있었지만, 글로벌 표준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지금은 오히려 세계 흐름과 어긋난 부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다. 스토리 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는 EMV(Europay·Mastercard·Visa 결제 표준) 기반의 NFC 결제가 표준이지만, 한국은 MST 기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NFC 단말기를 갖춘 가맹점은 약 10%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싱가포르·호주·영국과 같은 주요 시장의 경우 대면 결제의 90% 이상이 '콘택트리스(비접촉식)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규제나 보안의 문제가 아니다. 스토리 지사장은 "한국 카드 발급사는 이미 대부분 콘택트리스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문제는 가맹점 단말기에서 그 기능이 꺼져 있거나, 직원조차 작동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했다.

본문 이미지 -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스토리 지사장은 결제 인프라 가운데서도 교통 결제 문제를 한국 관광의 가장 큰 병목으로 꼽았다. 그는 "관광객의 이동은 곧 소비의 시작인데 한국에서는 그 첫 단계부터 막힌다"며 "교통 결제가 원활하지 않으면 관광 동선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대중교통 결제 구조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여전히 복잡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교통카드를 구매해 충전해야 한다.

해외 국가에서는 관광객이 자국에서 이용하는 카드에 대부분 '콘택트리스' 기능을 갖추고 있고 이를 타 국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선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국내 카드를 발급받지 않는 한 해외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카드 구매와 충전 과정에서도 현금, 즉 '원화'가 필요하다. 해외 카드로 직접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 대부분 없다. 결국 공항이나 도심에 도착한 외국인은 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하철 한번 타기 위해, 버스 한번 이용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스토리 지사장은 "뉴욕이나 런던, 싱가포르에서는 공항에 도착해 바로 본인 카드로 지하철을 탈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어떻게 타야 하는지'부터 배워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관광객은 이동을 최소화하거나 택시만 이용하게 되고 그만큼 체험과 소비는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스토리 지사장은 "이 시스템은 이미 전 세계 수백 개 도시에서 검증됐다"며 "교통 결제를 글로벌 표준으로 여는 것만으로도 관광객의 이동 반경과 소비 범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경우 해외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로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EMV 표준 기반 '오픈루프'(Open-loop) 결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면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2030년을 목표로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는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서울과 일부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 역시 결제·교통 인프라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스토리 지사장은 "많은 관광객이 한국의 다른 지역을 가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가야 할지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기 어렵다"며 "결제와 교통이 불확실하면 관광객은 가장 안전한 선택지인 서울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이 교통 앞에서 멈춰 서 있으면, 그 시간은 소비로 전환되지 않는다"며 "차 안에 갇혀 있거나 이동 방법을 고민하는 관광객은 쇼핑도, 식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과 홍콩 사례도 언급했다. 스토리 지사장은 "홍콩은 옥토퍼스 카드 중심 체계에서 글로벌 비접촉 결제로 방향을 틀었고 일본 역시 관광객 편의를 위해 결제 방식을 빠르게 확장했다"며 "관광객이 자기 나라에서 쓰던 방식 그대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제는 글로벌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제는 기술이 아니라 환대의 언어"라며 "결제 경험 하나가 그 나라가 관광객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본문 이미지 -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지사장이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스토리 지사장은 결제 인프라 개선을 관광보다 더 큰 미래 전략으로 봤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결제가 열리는 구조는 곧 한국 상품과 서비스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온라인 쇼핑몰과 앱 중 상당수가 여전히 외국 카드 결제를 받지 않는다"며 "이건 관광객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는 AI 기반 상거래가 본격화될 텐데 그때는 '내가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대신 거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표준 결제에 맞춰 놓지 않으면 그 흐름에도 올라탈 수 없다"고 말했다.

패트릭 스토리 비자코리아 한국지사장은 "결제와 교통 같은 기본 인프라는 관광 경쟁력의 바닥을 이루는 요소"라며 "콘텐츠가 아무리 강해도, 결제가 막히면 산업은 확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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