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한국인은 왜 해외로 나갈까. 휴양을 위해서일까, 경험을 위함일까, 아니면 이동이 편해서일까. 이 질문은 아웃바운드(내국인 출국) 관광 시장을 넘어 한국 관광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출발점이 된다. 해외여행이 일상이 된 지금, 인바운드 관광 산업이 풀지 못한 과제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1의 기획 인터뷰 <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김진국 노랑풍선 대표는 해외여행을 "한국 관광산업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인이 왜 해외로 나가는지를 보면 국내 관광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며 "관광을 소비가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웃바운드 흐름을 국내 관광의 실패로만 해석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그는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는 분리된 관광 시장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며 "해외여행 흐름을 보면 인바운드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소비하는 지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휴양하러 가고 체험하고, 이동이 편한 곳을 찾는다는 건 이미 그 나라에 관광 구조가 갖춰져 있다는 뜻"이라며 "그걸 보면 우리 인바운드 산업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도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웃바운드는 국내 관광을 깎아내리는 지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한국 관광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자료이자 시사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한국 관광의 가장 큰 자산으로 K-컬처를 꼽았다. 그는 "K-팝, K-무비 같은 콘텐츠는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라며 "문제는 이런 콘텐츠가 문화에서 끝나고 관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뮤직비디오를 찍고,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어도 그 촬영지가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게 설계되지 않는다"며 "콘텐츠는 성공하는데, 그 이후의 관광 동선과 상품은 따로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는 문화대로, 관광은 관광대로 움직이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해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미국 시애틀에 가면 보잉 공장이 하나의 관광 코스처럼 작동한다"며 "항공기를 만드는 현장 자체가 체험과 학습, 쇼핑으로 연결돼 관광 상품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자동차, 조선, 화장품, 식품 등 세계적인 제조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관광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라며 "공장이나 생산 현장을 여전히 '보여주면 안 되는 곳'으로만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생산 단계부터 관광을 함께 설계하는 발상이 필요하다"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현장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지까지 이어져야 관광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관광을 단일 업종이 아닌 '연결 산업'으로 규정했다. 그는 "관광은 이동하고, 자고, 먹고, 보고, 사고, 체험하는 모든 산업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분야"라며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국방부까지도 관광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접근성과 체류 인프라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 공항의 항공 슬롯 문제나 군 공항 운영, 항공 스케줄은 관광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관광객이 오고 싶어 하는 시간에 비행기가 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없으니 호텔이 안 생기고, 호텔이 없으니 손님이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방의 빈집이나 유휴 자산을 리노베이션해 숙박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한국 관광산업의 경제적 비중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구조적 문제로 짚었다. 그는 "한국 관광의 GDP 비중은 5%에도 못 미친다"며 "세계 평균은 10% 수준이고 일본과 중국도 8% 안팎인데 우리는 제조업 국가라는 이유로 관광이 늘 뒷순위로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K-콘텐츠와 제조업, 산업 현장을 관광으로 연결하면 체류 기간이 늘고 소비 구조도 달라진다"며 "관광은 고용을 만들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임에도 여전히 소비로만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국 노랑풍선 대표는 "지금은 한국 관광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라며 "엔저 시기 일본처럼 과감한 개방과 투자, 그리고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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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인이 한국으로 몰려든다. 국민도 세계 곳곳으로 나간다. 관광은 더 이상 부수적 산업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소비나 사치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전략 산업이 관광이다. 저성장, 지역소멸, 인구소멸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키가 관광이다. <뉴스1>은 기획 인터뷰[관광은 국가전략]을 통해 학계·현장·외국인 시선에서 관광 정책의 현 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차례로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