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수술이 어렵거나 재발·전이가 발생한 반려견 암에서도 먹는 표적항암제가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국내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원 본동물의료센터 종양팀은 개(강아지)의 진행성 암종을 대상으로 한 소라페닙 치료가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임상적 이득을 보였다고 4일 밝혔다.
본동물의료센터 종양팀에 따르면 반려견의 진행성 암종을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 '소라페닙(Sorafenib)' 치료 결과를 국제 수의종양학 저널(Veterinary and Comparative Oncology, VCO)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김도윤 부장과 최미현 원장이 중심이 돼 수행한 국내 단일기관 전향적 임상 연구다. 연구팀은 약 3년에 걸친 연구 준비와 추적 관찰을 거쳐 결과를 도출했으며, 2024년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학회에서 예비 결과를 먼저 공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절제가 어렵거나 재발·전이가 발생한 반려견 암 환자 24마리를 대상으로 소라페닙의 임상적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약물을 투여한 지 1개월 후 평가가 가능했던 환자의 77.8%에서 종양의 크기가 더 커지지 않는 '종양 안정화(Stable Disease)' 상태가 확인됐다. 전체 환자 중 58.3%에서는 치료로 인한 임상적 이득이 관찰됐다.
특히 간세포암 환자군에서는 모든 환자에서 질병 진행이 억제되는 효과가 확인됐고 중앙 생존 기간은 298일로 나타났다.
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비강암 환자군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확인됐다. 한 비강암 환자는 소라페닙 치료 후 종양 안정화 상태를 411일간 유지했고 전체 생존 기간이 518일에 도달했다. 이는 기존 보고된 치료 성적과 비교해 고무적인 결과다.
연구팀은 치료 반응과 생존 기간과 연관된 임상적 지표도 함께 분석했다.
소라페닙 투여 환자의 약 29%에서 말초신경 이상과 연관된 파행(절뚝거림) 증상이 관찰됐다. 이 증상이 나타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무진행 생존 기간과 전체 생존 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
이는 사람의 간암 환자에서 소라페닙 투여 시 나타나는 '수족병증(Hand–Foot Skin Reaction, HFSR)'이 치료 반응과 생존 연장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수의종양학 분야에서도 일부 이상반응이 약물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예후 인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치료 시작 1개월 차에 체중이 증가한 환자들은 임상적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종양 진행 억제와 식욕 회복에 따른 긍정적인 임상 반응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와 더불어 소라페닙과 관련한 추가 연구도 진행 중이다.
PDGF-R(혈소판 유래 성장인자와 결합해 활성화되는 세포 표면 수용체) 과발현이 확인된 개 비강육종암에서 소라페닙의 투약 효과를 분석한 연구와, 소라페닙 사용 시 응고병증과의 연관성을 CT(컴퓨터 단층촬영)와 VCM-VET 검사를 통해 규명한 연구가 현재 미국수의내과학회지(JVIM, 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게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김도윤 부장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종양 세션의 초청 강연자로 선정됐다. 김 부장은 '표적항암치료에서 정밀항암치료로의 변화'를 주제로 1시간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팀은 1, 2차 표적항암치료에 실패한 개의 진행성 간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카페시타빈(Capecitabine) 구조항암치료(Salvage chemotherapy)의 임상적 가능성을 평가한 사전 연구 결과를 같은 학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김도윤 부장은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반려견 진행성 암 환자에게 소라페닙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반려견 암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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