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위한 당정 협의가 중동 상황 대응 등으로 지연되며 이달 발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여기에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하반기 국회 원 구성 등 정치 일정까지 겹치며 입법 논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단계 법안의 주요 쟁점을 논의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의 당정협의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2단계 입법 관련 다양한 방안을 준비해 둔 상태지만, 당정 협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발의를 목표로 했던 입법 일정도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과 금융위는 당초 3월 중 당정 협의를 통해 주요 쟁점을 정리한 뒤 같은 달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협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자 발의도 함께 지연된 것이다.
앞서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금융위와 민주당 간 비공개 당정 협의는 한 차례 순연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선 최근 주식시장 상황 점검과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후 중동 정세 악화로 주식·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 대응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졌고, 협의 일정도 연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중순 재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구체화하지 못했다. 당시 한 정무위 관계자는 "중동 정세에 따라 (협의 일정이) 결정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2단계 법안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업권법 성격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도 담길 예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등이 주요 쟁점이다.
반면 해외는 이미 한발 앞선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은 지난해 '지니어스법'을 통과해 기본 틀을 마련했고, 현재는 '클래리티법(가상자산 시장 구조화 법안)'을 중심으로 시장 구조 정비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클래리티법에선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 역할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관련 규정,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여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을 두고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의견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권은 예금 이탈 등 금융 시스템 불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업계는 이자 지급을 가상자산 생태계의 핵심 기능으로 보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이자 지급 금지를 포함한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이미 시장 구조를 둘러싼 '디테일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기본 법체계 논의조차 지연되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와 금융 서비스로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섰는데, 한국은 여전히 법안 논의 초기 단계"라며 "입법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일정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일정이 빠듯해지면서 상반기 내 입법 논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회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상 선거 두 달 전부터 국회가 분주해지는 만큼, 일정이 밀린 상황에서 선거 전 논의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국회에서 새롭게 원 구성이 이뤄지는 만큼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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