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사흘 연속 1300원대에서 거래되며 지난해 9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해지며 달러 강세가 누그러진 데다 엔화 약세도 진정된 영향이다.
단기적으로는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중심으로 1370~1430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고용·소비·물가 지표가 경기와 물가 압력 둔화를 가리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진 만큼 달러 강세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에 따른 달러 매도가 추가 하락 변수로 떠올랐다. 기업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달러를 환전하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과정에서 시장 예상 수준의 환전이 이뤄질 경우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달러·원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인 오후 3시 30분 기준 1386.5원을 기록했다. 전날(1392.6원)보다 6.1원 내린 것으로, 지난해 9월 17일(1380.1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 19일 1397.7원으로 내려오며 지난해 9월 29일(1398.7원)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사흘 연속 130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환율 하락의 주요 재료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꼽힌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과 소비, 물가 지표가 일제히 경기와 물가 압력의 둔화를 가리키면서다.
고용과 소비가 약해지고 물가 상승 압력까지 완화되면서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확산했다. 이에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가 일부 되돌려지면서 달러·원 환율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한 것도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보조 요인이다. 국채 바이백은 재무부가 과거 발행한 국채를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조치다.
재무부가 거래가 뜸한 10~30년 만기 장기국채를 사들이면 시장에 남는 장기채 물량이 줄고 거래도 원활해진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금리와 추가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
미국 장기금리가 내려가면 달러 자산의 금리 매력도 약해져 달러 강세를 제한하게 된다.
미 재무부는 장기국채 바이백 한도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확대했다. 다만 시중에 돈을 직접 공급하는 연준의 양적완화와는 다르다. 바이백 재원을 단기국채 발행 등으로 마련하는 구조여서 장기금리를 낮추는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약세가 진정된 점도 원화 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안정되면 원화가 아시아 통화 약세에 연동돼 함께 절하될 위험도 줄어든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환율은 1400원을 중심으로 상방 압력이 제한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1370~1430원 범위에서 등락하며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원화 강세 동력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책이 꼽힌다.
국내 증시에서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대금은 원화로 지급된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보유한 기업이 이를 재원으로 활용하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90조~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3분기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 원을 현금으로 배당한다. 나머지는 올해 경영실적이 확정되는 내년 1월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조합해 집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2024~2026년 주주환원 규모는 총 120조~14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과 지난해 각각 9조 8000억 원의 정규배당을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1조 3000억 원의 특별배당과 8조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진행했다.
SK하이닉스도 3개월에 걸쳐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취득할 예정이다.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에 활용하기로 했다. 올해 양사의 주주환원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최대 150조 원에 달한다.
상상인증권은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주주환원 규모를 각각 최대 200조 원과 100조 원으로 가정하고, 현금성 환원 규모를 297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173조 원이며, 기존 보유 자사주 3조 원어치를 제외하면 시장에서 새로 사들여야 할 물량은 약 170조 원으로 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실제 발표한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90조~110조 원으로 기존 가정을 크게 밑돈다. 삼성전자 규모를 100조 원으로 낮춰 단순 계산하면 양사의 현금성 환원 규모는 약 197조 원, 이 중 50~60%를 외화로 환전할 경우 달러 매도 물량은 약 99조~118조 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이는 기존 분석의 산식을 단순 적용한 수치다. 양사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비중도 모두 확정되지 않아 실제 환전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주주환원액 전체가 달러 매도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기존 원화성 자금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있고, 외국인 주주가 받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도대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하면 기업의 달러 매도 효과가 일부 상쇄된다.
다만 재투자와 내부 상계, 사전 환헤지 등을 고려하면 지급액 전부가 달러 매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주환원 과정에서 시장 전망 수준의 달러 환전이 발생한다면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충분히 내려갈 수 있다"며 "현재는 국제유가보다 반도체 기업을 비롯한 국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주환원과 국내 투자 재원 마련에 따른 달러 매도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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