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3% 상향…'고용없는 성장·K자 양극화' 여전한 과제

[하반기 경제정책]성장률 전망 2.0%→3.0% 상향…반도체 수출·투자 확대 반영
취업자 증가는 15만 명 하향…내수 지연·3고 리스크 등 잠재성장 하방 압력

본문 이미지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인아오리엔탈모터 부스에 반도체 웨이퍼 이송용 원통 좌표형 로봇 등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인아오리엔탈모터 부스에 반도체 웨이퍼 이송용 원통 좌표형 로봇 등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와 기업 투자 확대가 성장률을 끌어올린 배경이다.

다만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반도체는 높은 성장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고, 수출·IT 중심의 회복이 내수와 비IT 산업, 지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K자형 양극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코로나19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취업자 증가 전망은 오히려 기존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와 반도체 중심 성장의 낮은 고용 유발 효과가 맞물리면서 '고용 없는 성장'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올해 초 제시한 2.0%보다 1.0%p 높고 지난해 성장률 1.1%와 비교하면 1.9%p 높은 수준이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2021년(4.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2021년을 제외하면 2018년(3.2%) 이후 8년 만에 최고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9년(2.3%) 2%대로 낮아진 뒤 2020년(-0.7%)에는 역성장했다. 이후 2021년(4.7%) 반등했지만 2022년(2.9%), 2023년(1.5%), 2024년(2.2%), 2025년(1.1%)까지 3%를 밑돌았다.

정부 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한국은행의 2.6%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5%보다 높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인 3.0%와는 같다.

이형일 재경부 제1차관은 "다른 기관은 5월께 3~4월 자료를 토대로 전망했지만 정부는 가장 최근 데이터까지 반영했다"며 "가장 큰 변화는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출 증가"라고 말했다.

이어 "6월 실적에서도 확인했듯 수출이 굉장히 좋은 상황"이라며 "성장률 전망에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은 2.2%로 내다봤다.

본문 이미지 -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행정안전부 제공) 2023.3.2 ⓒ 뉴스1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행정안전부 제공) 2023.3.2 ⓒ 뉴스1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리한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출과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특정 산업의 호황이 전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지난 1월 73.4%에서 2월 87.2%, 3월 116.8%, 4월 148.3%, 5월 163.3%로 높아졌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수출액과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고 교역조건을 개선했다.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8% 성장해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8% 성장했다. 올해 통관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3.8%에서 40.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들이 투자 일정을 앞당기면서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도 기존 2.1%에서 5.0%로 높아졌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팹 4기 신설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조기 투자 가능성도 일부 반영했다. 다만 메가프로젝트가 설비투자 전망을 끌어올린 정도는 별도로 산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올해 경상성장률은 기존 4.9%에서 12.3%로 상향됐다. 1996년(12.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명목 GDP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만 달러에 근접하고 올해 국가채무 비율은 기존 전망 50.6%에서 47.0%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기존 1350억 달러에서 2900억 달러로 1550억 달러 상향됐다. 올해 1~5월 흑자는 1413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흑자 1231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내년에는 24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6.7.13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6.7.13 ⓒ 뉴스1 이종수 기자

성장률 전망은 크게 높아졌지만 고용 회복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중심의 성장 구조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을 대폭 높이면서도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은 기존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췄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인 19만 명보다도 4만 명 적다.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지난 4월 취업자 증가 폭이 7만 4000명에 그친 데 이어 5월에는 4만 명 감소한 점과 건설업 회복 지연 등을 반영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도 고용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AI 도입이 단순·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노동 수요를 줄이고, 기업의 인력 운용 방식을 바꾸면서 향후 고용 창출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생산 확대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고용 없는 성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성장률 상승이 주로 반도체 분야에서 나오지만 반도체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아 일자리 창출에는 제한이 있다"며 "이를 감안해 취업자 수 전망을 종전보다 1만 명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취업자 수가 감소한 데다 생산가능인구도 줄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 KDI나 한은보다 보수적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산업과 지역 간 K자형 양극화도 여전하다. 정부는 비교우위가 있는 IT 부문에 성장이 편중된 반면 비IT 중심의 지역 산업단지는 쇠퇴하면서 산업·지역 간 양극화 구조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으면 수출과 내수, IT와 비IT,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구조적 편중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도 지속적인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일시적인 반도체 호황을 대규모 투자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이 차관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자본이 늘면서 잠재성장률이 올라갈 계기가 되고 이후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으로 생긴 기회를 사이클이 지나가면서 사라지게 하지 않고 압도적인 투자와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잠재성장률 3%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달성 시점과 수치를 제시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 차관보는 "잠재성장률이 가라앉는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올해 잠재성장률을 몇 퍼센트로 끌어올린다는 수치를 내놓거나 3% 달성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물가·환율·금리 등 '3고(高)' 리스크도 성장의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고유가 영향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6%로 높였다.

달러·원 환율은 13일 주간거래에서 1503.4원으로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이 이어질 경우 수입 원부자재 가격과 기업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물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기준금리는 연 2.50%로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반영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은행 신규 대출금리도 지난 5월 평균 연 4.19%를 기록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병희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중동전쟁 이후 가장 큰 거시 여건 변화 중 하나는 성장률이 크게 상승하면서 물가와 환율, 금리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거시경제와 금융·외환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3.0% 성장의 지속 가능성은 반도체 호황이라는 기회를 얼마나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대규모 투자 확대와 생산성 개선뿐 아니라 고용 확대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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