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됐다. 다만 연장 거래가 시작된 첫날 새벽 시간대 거래량은 전체의 0.3%에도 못 미쳤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해외 금융기관 참여 확대와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러·원 거래시간은 기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에서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확대됐다. 정부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집중됐던 원화 거래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흡수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외국인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첫날 오전 2~6시 실제 체결량은 4100만 달러로 6~7일 전체 거래량(151억3600만 달러)의 0.27%에 그쳤고, 환율 변동 폭도 3.4원으로 제한됐다. 시장에서는 초기 거래량만으로 24시간 거래체제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며, 향후 참여자 확대와 유동성 개선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달러·원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인 1530.3원보다 0.7원 높은 1531.0원에서 거래됐다. 이후 오전 6시에는 1530.0원을 기록하며 주간 종가보다 0.3원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오전 2시부터 6시까지 환율 체결 범위는 1527.6~1531.0원으로, 변동 폭은 3.4원이었다. 주간 종가와 비교하면 위쪽으로는 0.7원, 아래쪽으로는 2.7원 열렸다.
같은 시간대 실제 거래량은 총 4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 전체 거래량인 151억 3600만 달러의 0.27% 수준이다.
시간대별로 보면 오전 2~3시 거래량은 300만 달러에 그쳐 사실상 호가만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오전 3시 30분부터 4시까지는 1600만 달러가 거래됐고, 오전 3~4시 한 시간 거래량은 1800만 달러였다.
오전 4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체결이 전혀 없었다. 이후 마지막 30분 동안 1100만 달러가 거래되는 과정에서 1527.6원 저점이 형성됐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첫날에는 글로벌 달러 흐름을 따라 움직였을 뿐 원화만 유독 크게 오르거나 내린 모습은 없었다"며 "2024년 거래 마감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뒤에도 거래량이 의미 있게 늘어나는 데 약 2년이 걸린 만큼 시장이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시간 연장이 곧바로 환율 변동성 축소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새벽 시간대 거래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수·매도 호가가 얇아져,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환율이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거래량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호가가 얇다(가격대별 매수·매도 주문이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호가가 촘촘하지 않으면 충격이 발생했을 때 환율 변동 폭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새벽 시간대 플레이어(시장 참여자)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플레이어인 수출입업체가 거래에 참여하기 어렵다 보니 유동성이 크게 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됐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데다 국내 주식시장 성과도 양호한 편"이라며 "외국인 플레이어가 늘어나면 유동성과 거래량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4시간 거래체제가 막 가동된 첫날인 만큼, 이를 근거로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축소될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24시간 거래가 안착할 경우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 쏠렸던 거래 일부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흡수하면서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DF는 만기 때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약정 환율과 만기 환율의 차이만 달러로 결제하는 파생상품 거래다. 실물환전 수요보다 투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는 시장으로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그동안 국내 은행 간 현물환 시장이 닫힌 새벽에도 미국 고용지표 발표나 지정학적 충격, 글로벌 달러 흐름 등 주요 재료는 계속 반영됐다.
이 시간대 원화 거래는 주로 역외 NDF 시장에서 이뤄졌고, 이후 국내 현물환 시장이 열리면서 야간 가격 변동이 시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민혁 연구원은 "당국이 지적한 것처럼 NDF 거래가 국내 현물환 시장의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NDF 거래를 국내 시장으로 100% 흡수하기는 어렵겠지만 상당 부분만 옮겨와도 변동성 축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화 역시 다른 자산처럼 투자·투기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수요를 국내 시장 안에서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실제 흡수 규모는 당국의 제도 설계와 해외 금융기관의 참여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6~7일 역외 NDF 가격과 국내 현물환 시가 간 괴리는 크지 않았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1개월물 NDF는 1527원 수준이었고, 이날 현물환 시가는 1528.9원이었다.
스와프포인트를 고려하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연장 첫날 야간 거래가 다음 날 주간장 개장 때 큰 가격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향후 관건은 NDF 거래 중 어느 정도를 국내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다. 지난 3월 기준 NDF 일평균 거래량은 174억 5000만 달러로, 국내 역내 은행 간 현물환 거래량 472억 달러의 약 37% 수준이다.
첫날 새벽 2~6시 거래량 4100만 달러는 NDF 일평균 거래량의 0.23%, 국내 역내 은행 간 현물환 거래량의 0.09%에 불과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재정경제부가 지난 1월 발표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의 후속 과제다. 정부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외환시장의 개방성과 편의성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4시간 거래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거래량도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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