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2%' 상향에도 웃지 못하는 韓경제…'반도체 독주' 속 K자형 양극화

한은, 올해 전망 2.0%로 높였지만 IT 기여도 0.7%p 편중…내수부진 지속
건설투자 2.1% 역성장에 취업자 증가폭 하락…내년 성장률은 1.8%로 하향

본문 이미지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지만, 성장 동력이 반도체 등 IT 부문에 과도하게 편중되면서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IT 부문이 올해 성장률에 0.7%포인트(p)를 기여할 것으로 분석한 반면, 건설투자는 2.1% 역성장이 예상되는 등 비IT 부문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IT 중심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비IT 부문은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어 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8%)보다 0.2%p 높아진 수준이다.

성장률 상향의 배경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부문의 업황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IT 부문 성장률이 약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전체 경제성장률에 0.7%p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 성장률 2.0%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IT가 견인하는 구조다.

반면 비IT 부문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와 같은 1.4%로 제시했다. 특히 내수의 핵심인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위축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 여파로 올해 2.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미국 관세 영향과 건설투자의 더딘 회복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개선세 확대, 예상보다 양호한 세계경제 흐름 등에 힘입어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IT 산업은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성장을 견인함에도 불구하고, 고용 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그 결과 수출 지표는 개선되는데 체감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건설업 등 내수 부문 고용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5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한은은 2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이후에도 건설 등 비IT부문의 미약한 회복이 성장을 일부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는 "IT 중심의 경제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비IT 부문은 1.4%로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K자형 성장' 등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산업 간 성장 속도 차이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산업이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려면 고용 유발 효과가 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제조업 중 취업유발계수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며 "반도체 경기 호황이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설업은 취업유발 효과가 상당히 높은 산업"이라며 "건설업 침체는 고용시장 전반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계 소득 감소와 내수 위축을 통해 한국 경제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IT 외끌이' 성장의 취약성은 내년도 전망에서 더 분명해진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8%로 낮췄다.

건설투자와 재화수출 전망이 조정된 영향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1.9%에서 1.5%로 0.4%p 하향돼 조정 폭이 가장 컸고, 재화수출도 2.4%에서 2.3%로 0.1%p 낮아졌다.

한국 경제가 잠재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GDP 갭(실질GDP-잠재GDP)이 당분간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2027년 중하반기 이후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성장률이 1.0%였고, 또 그전에도 성장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GDP 갭은 올해는 작은 수준이지만 네거티브를 유지할 것 같고, 크로스(반전) 되는 시기는 2027년 중하반 이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소폭 웃돌더라도 경제 규모가 아직 정상 성장 경로를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이어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통화정책만으로는 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양극화를 우려하고, 이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구조조정 시리즈를 통해 정책 제안도 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정책만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 정책도 고려는 하지만 기본적인 재정 정책이나 구조 조정 정책 등을 통해 양극화에 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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