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기준 명시" 주문에…노동부, 노란봉투법 하위법령 고심

시행령·시행규칙·지침 놓고 종합 검토…법체계·실효성 '관건'
명시적 위임 없는 범위 제한 땐 입법 취지 훼손·월권 논란 가능성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4 ⓒ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4 ⓒ 뉴스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노동쟁의 범위를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으로 명확히 하라고 주문하면서 고용노동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 혼선을 줄이려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준이 필요하지만, 법률에 명시적 위임이 없는 상황에서 하위법령으로 쟁의 대상을 제한하면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노동부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과 신규 공장 투자·이전, 구조조정 등을 어디까지 교섭·쟁의 대상으로 볼지에 따라 개정 노조법의 실제 적용 범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기준을 구체화하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노동계 반발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판단 요소만 제시하면 현장 혼선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노란봉투법상 노동쟁의 대상 기준을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당초 기존 해석지침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대통령이 행정해석보다 법령·규칙을 통한 기준 명시를 주문하면서 시행령·시행규칙 등 제도화 방안까지 검토 범위를 넓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국회에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어떤 형식으로 할지,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법체계와 실효성, 법적 규범력·안정성 측면을 함께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결론을 내리겠다"며 이달 안에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청 간담회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화하며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청 간담회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화하며 입장하고 있다. ⓒ 뉴스1 이재명 기자

노동부의 첫 과제는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영향'의 경계를 세우는 일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했다. 다만 경영상 판단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이 노동자의 임금·고용·배치·근무지 등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이 교섭·쟁의 대상으로 연결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은 임금·근로조건인지 경영성과의 사후 배분인지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이미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관행 등에 따라 지급 기준이 정해진 성과급이라면 근로조건 성격이 강해질 수 있다. 반면 경영진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이익 배분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이견이 적지 않다.

공장 신설이나 이전, 신규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 결정 자체는 사용자의 경영권 영역으로 볼 여지가 크지만, 그 결정에 따라 고용 규모가 줄거나 배치전환·전보·근무지 변경이 뒤따르면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직접 연결된다. 구조조정 역시 사업 재편이라는 경영상 판단과 해고·휴직·전환배치 등 개별 노동자에게 미치는 결과를 분리해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

본문 이미지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노사 문제와 관련 "전세계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5.16 ⓒ 뉴스1 김도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노사 문제와 관련 "전세계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5.16 ⓒ 뉴스1 김도우 기자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을 법령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의 노동쟁의 정의 규정에는 노동쟁의 대상의 구체적 범위를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을 일률적으로 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면 경영계 요구에는 부응할 수 있지만, 법이 넓힌 쟁의 범위를 행정부가 다시 축소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

특히 시행령은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형식인 만큼, 법률에 없는 제한을 새로 두거나 법문상 포섭 가능한 대상을 일괄 배제하면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노조 측이 행정입법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하위법령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의 판단 요소를 예시하는 데 그치고, 구체적 사안별 판단 여지를 남긴다면 현장 혼선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기업은 사전에 쟁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노조와 사용자는 결국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나 이후 법원 판단을 통해 개별 분쟁을 풀어야 할 수 있다.

본문 이미지 -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한을 이틀 앞둔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최종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5.19 ⓒ 뉴스1 오대일 기자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한을 이틀 앞둔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최종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5.19 ⓒ 뉴스1 오대일 기자

구체적 제외 기준을 두지 않으면 법령화의 실익이 떨어진다. 노조가 투자·공장 신설을 교섭 의제로 요구하거나 쟁의행위에 나설 때 기업과 노동위원회가 공통으로 참고할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명백한 것'을 규정으로 명시하라고 주문한 배경과도 맞지 않는다.

다만 노동부가 쟁의 대상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의 직접성 △고용·임금·근무지 등 영향의 구체성 △사용자의 결정 재량 범위 △단체협약·취업규칙상 기존 권리 여부 등을 판단 요소로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경영권을 포괄적으로 교섭·쟁의 대상으로 편입한다는 우려와 법률이 넓힌 노동3권 보장 취지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입법 형식을 취하게 되면 법제처 심사 등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이달 안에 법적 구속력과 현장 예측 가능성, 개정법의 입법 취지를 함께 충족하는 기준을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마련하느냐에 따라 노란봉투법의 현장 적용 범위와 향후 노사 갈등의 양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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