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5일 '한미동맹의 전환 요구와 한국형 핵 공유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에 들어섰다"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현대화 논의 과정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형 핵 공유가 한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이 사용하는 '동맹 현대화'(alliance modernization)의 의미에 대해 "단순한 기술 협력 이상의 전략적 신호일 수 있다"라고 봤다.
조 연구위원은 킹슬리 윌슨 미 국방부 대변인이 '동맹 현대화'를 "한반도와 그 너머에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합 태세를 적응시키고, 상호 운용성을 심화하며, 전 영역(육·해·공·사이버 등)에 걸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점에 주목했다.
실제 '동맹 현대화'라는 용어는 한미 공식문서에서 흔히 쓰이지 않았다. 최초로 등장한 것은 22년 전인 2003년 제3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였다. 다만 당시의 '현대화'는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이행을 위한 한반도 내 주한미군 기지의 통폐합 등 재배치, 군사 임무 전환, 연합 군사능력 증강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주둔군을 재정비하는 과정이었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외부로 확장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포괄적 동맹', '미래지향적 발전' 등의 표현이 등장했고, 2021년에 열린 제53차 SCM에서는 한미동맹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으로 명시했다가 54차 SCM부터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규정했다.
그러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작년에 열린 제56차 SCM에서 '현대화'라는 용어가 재등장했다. 다만 이때도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보다는 과학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한 동맹의 능력 강화를 핵심으로, 사이버·우주 등 신흥 안보 분야 역량의 확충 필요성이 담겼다.
트럼프 2기 행정부다 출범하며 미국은 '현대화'라는 용어를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사실상의 동의어로 사용 중이다. 한반도 방어에 국한했던 동맹의 지리적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동맹 현대화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명시 △과도한 확장에 대한 우려 △지휘통제 부담 △국내 여론 악화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을 명시하는 정치적 선언이 나올 경우, 주한미군의 활동 무대가 한반도 밖까지 확대된다"며 "임무 범위의 확대가 능력보다 위협 중심으로 추진되면 자원과 정치적 집중이 분산되고, 지휘통제 구조에도 큰 부담을 준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여론 악화는 동맹 자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혹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해법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와 '미사일 핵 공유', 또 전술핵 재배치를 제시했다.
조 연구위원은 "첫째는 F-35A 전투기를 활용한 나토식 핵 공유, 둘째는 현무 미사일에 전술핵을 탑재하는 미사일 핵 공유를 들 수 있다"라며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 억제뿐 아니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지위 강화, 병력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동맹 현대화'라는 용어를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다"며 "필요한 조치를 단계적·점진적으로 추진하려면 그동안 한미가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온 표현들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대중국 견제 요구는 동맹 현대화와 분리해 별도로 다루고, 기존 선언문에 사용된 용어의 연장선상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과정이야말로 국내외 메시지의 지속성과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맹 현대화'는 한미동맹이 보다 대등한 관계로 전환되는 기회로도 볼 수 있다"라며 "한국이 자강력을 강화해 전시작전권을 조기에 전환하고 북한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모색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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