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이 이끄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300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를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약물 처방 확대와 식욕 억제에 따른 체중 감량 효과 이면에 가려진 '영양 결핍'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업계는 비만 치료와 관련한 영양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메디컬 뉴트리션' 분야가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4일 글로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연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음식 섭취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인체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은 위약군 대비 하루 평균 약 1218칼로리(㎉)를 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섭취량이 줄어들면서 인체 유지에 필수적인 미량 영양소까지 함께 결핍된다는 점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 투여자는 섬유질, 칼슘, 철분, 마그네슘, 비타민 A·C·D·E·K 등 전반적인 영양소 섭취가 권장량에 미치지 못했다. 환자의 90% 이상이 비타민 D와 K 부족을 겪었다. 마그네슘과 철분 섭취가 부족한 비율도 85%를 넘었다.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메스꺼움이나 구토는 영양 흡수를 더욱 방해해 결핍을 가중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급격한 체중 감량은 근육 손실을 동반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감량된 체중의 약 20~30%는 근육 등 제지방 조직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큐비아는 체중 감량기에는 근육 보존을 위해 단백질 요구량이 체중 1㎏당 1.2~1.5g 수준으로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식욕 저하로 육류 등 고단백 식품 섭취까지 줄어들 경우 근감소증이나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병용하는 환자들은 비타민 B12 결핍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분 흡수 저하는 빈혈과 만성 피로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됐다.
아이큐비아는 비만약 효능에 따른 '영양 역설'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한 체중 관리를 넘어 GLP-1 치료제 사용자에게 특화된 '정밀 영양' 제품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는 GLP-1 사용자를 위한 고단백 소용량 식사 브랜드 '바이탈 퍼슈트'를 선보였다. 적은 양을 먹어도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영양 밀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애보트 역시 자사의 영양식 브랜드 엔슈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GLP-1 투약자·체중 감량자를 위한 브랜드 '프로탈리티'를 지난해 초 출시했다. 이 제품은 근육 보존에 도움을 주는 성분과 고단백질을 함유해 약물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근 손실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는 향후 비만 치료 시장이 약물 단독 요법에서 벗어나 영양 관리가 결합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이큐비아는 "제약바이오와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일반적인 체중 관리 제품에서 벗어나, GLP-1 환자의 생리학적 변화에 맞춘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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