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내전에 북한처럼 '민둥산'…예멘 국민들, 연료 얻으려 앞다퉈 벌목

우크라발 연료비 상승에…땔감용 나무 수요 급증
총 600만그루 벌채 추정…"토양침식 우려된다"

24일(현지시간) 예멘 남부 도시 타이즈 외곽 지역이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민둥산으로 변한 모습이다. 2023.02.24.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24일(현지시간) 예멘 남부 도시 타이즈 외곽 지역이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민둥산으로 변한 모습이다. 2023.02.24.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8년간 내전이 벌어진 예멘이 거대한 민둥산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민들이 연료를 얻고자 앞다퉈 벌목에 나섰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수년간 이어진 내전과 치솟은 물가로 인해 땔감용 장작과 하루 벌이가 절실한 주민들이 예멘 남부의 울창한 숲을 전기톱으로 베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멘 남부 도시 타이즈 외곽에서 벌목업에 종사하는 후세인 압둘카위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나무를 잘라 팔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정부가 통제하고 있지만 반군에 둘러싸인 타이즈와 반군이 장악한 인근 마을을 오가며 땔감용 나무를 거래하고 있다.

압둘카위는 자신의 벌목 행위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들이 나무를 사들이면 우리도 나무를 내다 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요리와 난방에 쓸 연료가 턱없이 부족한 예멘에서는 나무 외에는 연료로 쓸 만한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정부군과 이란을 뒷배로 삼은 후티 반군이 8년 넘게 내전을 벌이고 있다. 후티 반군은 2014년 수도 사나를 점령했지만, 이듬해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기존 예멘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했다.

여기에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까지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예멘은 혼전 양상에 빠졌다. 유엔은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희생된 사망자를 2021년 기준 최소 37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4월 라마단을 기념해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6개월간 휴전이 이어졌지만, 연장 합의가 불발됐다. 내전이 재개됨에 따라 유엔은 올해 예멘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160만명가량이 긴급구호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년간 계속된 내전에 더해 지난해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벌목에 나선 예멘 주민들이 지난 1년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타이즈 시내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압델살람 다브완은 "최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름값이 올랐다"며 무작정 빵값을 올릴 수 없어 좀 더 저렴한 나무를 오븐 장작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멘 당국을 향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에너지 가격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AFP에 따르면 예멘 정부 지역 내 연료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2월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잠시 내리막길을 걷던 연료비는 지난해 여름 급등한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현지 환경 전문가인 안와르 알샤즐리는 예멘 내전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최소 600만 그루의 나무가 벌채된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지하수를 보전하고 토양침식을 예방하는 소중한 나무가 닥치는 대로 잘려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알샤즐리는 예멘 당국에 무분별한 벌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지역 내 주민들만이라도 적극적으로 개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당국이 즉각 조처하지 않으면 국가적인 자연재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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