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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보고 싶은 유상철 복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20-06-29 17:52 송고 | 2020-06-30 14:50 최종수정
유상철 감독의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으나, 지금은 아니다. © News1 이동해 기자
유상철 감독의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으나, 지금은 아니다. © News1 이동해 기자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가 유상철(49) 명예감독의 사령탑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구단 최다인 7연패. 이러다가는 '잔류왕 DNA'로도 버텨낼 수 없겠다는 위기감 속에 지난해 놀라운 드라마를 제작해준 유 감독에게 다시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29일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구단 대표이사와 유상철 감독이 최근 면담을 가진 것은 맞다"고 밝혔다. 감독 본인의 복귀 의지도 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 측은 "(유상철 감독의 건강 문제를)걱정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자신들도 자칫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면, 안 하는 게 맞다. 사실 고민할 저울질도 아니다. 인천이 지금의 하락세를 막지 못해 끝내 강등된다면, 2부리그에서 다시 절치부심하고 처음부터 벽돌을 차근차근 올려 새 출발하는 기회를 삼으면 된다.

남의 일이라 쉽게 말한다 할 수는 있으나 지금껏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인천의 악순환을 보면 이런 충고도 지나치진 않다. 매번 못하고도 인천보다 더 못하는 팀들 때문에 '살아남음'을 자랑거리로 살아남을 바에야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시간으로 삼는 현명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고통이 싫어 또 누군가의 희생에 기대려 한다면 욕심이다. 게다가 대상은 아직 환자다.

지난해 10월 췌장암 4기라는 청천벽력을 듣고도 유상철 감독은 불굴의 의지로 많은 이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병세가 많이 호전됐고, TV 프로그램이나 축구인들의 개인방송에 나와 건강한 웃음을 보여 또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완쾌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인석 교수는 "수술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에, 항암치료로도 병이 많이 줄 수는 있다. 그렇게 되면 컨디션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그래도 앞으로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는 말로 섣부른 복귀를 우려했다.

이어 "사실 완치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병세가 좋아졌다고 해도…"라고 말을 아낀 뒤 "내 환자라면, 많이 좋아졌으면 푹 쉬라고 하지 그런 일(감독)을 권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안하는 게 맞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같은 현장에 있는 이들도 걱정을 쏟아냈다.

분명히 건강하게 돌아와 활짝 웃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 News1 여주연 기자
분명히 건강하게 돌아와 활짝 웃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다. © News1 여주연 기자

A구단의 한 프런트는 "구단이 너무 구단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유상철 감독도 복귀 의지가 강하다고 치자. 한발 더 나아가서 유 감독이 먼저 제안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말렸어야하는 게 구단"이라면서 "인천이 지난해 보여준 유상철 감독의 헌신과 희생, 성과를 인정한다면 다 완쾌한 뒤 5년 뒤에든 6년 뒤에든 모시겠다고 약조하는 게 맞다. 자신들 급하다고 지금 데려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쓴 소리를 전했다.

평소 유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B구단의 한 감독은 "심각하게 걱정된다. 건강이 우선인데... 아무래도 감독이란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다. 아무리 마음을 비운다고 해도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먼저 심란함을 전했다.

이어 "유 감독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운동장에 있는 게 좋고, 그래야 빨리 나을 수 있겠다 생각도 들 것이다"라고 이해한다는 뜻을 전하면서도 "그런데 엔도르핀도 이기는 횟수가 많아야 나오는 거지 자꾸 지면서도 계속 좋을 수 있겠는가.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전했다.

인천 구단이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 속에는 유상철 감독이 되돌아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 마지막에 다 함께 웃는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스토리다. 지난해에도 그랬듯 인천은 인천만의 스토리를 또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이 매번 아름다운 드라마만 선물하는 것은 아니다. 혹 유상철 감독 부임 후 팀의 연패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표현이 조심스러우나 그 과정 속에서 병세가 악화된다면? 제발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다고 목 놓아 후회할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땐 늦는다.

유상철 감독이 건강하게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이들이 상당히 많다. 꼭 돌아와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으면 싶은 마음도 크다. 그래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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