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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 불가'였던 '의대 증원 반대'…"핵심 '이것'이었네"[이승환의 노캡]

의대 증원 외 의사 고수익 구조 흔드는 방안 '패키지'에 다수 포함
'돈' 배제한 채 집단 반발 해석 어려워…'정부 압박' 에 아쉬움도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24-02-25 14:28 송고 | 2024-04-01 12:40 최종수정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 하며 의료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휠체어가 놓여있다. 한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비대위) 이날 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열고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등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4.2.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 하며 의료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휠체어가 놓여있다. 한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비대위) 이날 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를 열고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등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4.2.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의료계에서도 규모에 관한 이견이 있을지언정 의료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원래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 아닌 "의료수가(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의료 행위 대가로 지급한 돈)를 인상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 안에는 이미 필수 의료수가 인상 계획이 담겼습니다. 의사들은 또 형사처벌 및 고액 배상 부담을 완화해 달라는데, 이 방안도 정부가 '당근책'으로 마련한 상태입니다. 전공의들이 요구했던 전문의 고용 확대와 전공의 위임 업무 축소 방안도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의료수가 인상 및 범위 확대와 소송 부담 완화, 전문의 고용 확대 등 정부의 당근책이 의사들 주장대로 구체적이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해도, 9000명에 육박하는 전공의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1만 1481명의 집단 휴직으로 이어질 문제인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패키지'로 다른 필수의료 정책 봐야 이해 가능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 계획이 담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다른 방안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패키지에는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와 일반의의 개원 제한을 비롯해 의사들의 수익구조와 기존 의료 체계에 일대 변화를 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방안도 의대 증원과 직접적인 관련 있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 정책'입니다. 의대 증원 이슈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패키지'로 이 방안들도 살펴봐야 합니다. <뉴스1>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가운을 벗어 던진 세 가지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필수의료란 응급·외상·감염·분만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입니다. 의사들은 노력 대비 낮은 대가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최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 발표했습니다. 이 패키지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수련을 한 의사에게만 개원 면허를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의대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만 통과하면 의사를 취득해 일반의로 개원할 수 있습니다.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지 않거나 못한 일반의 중 86%가 '피부과 진료'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개원 허용 기준을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부는 '의료 질 향상'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고려한 조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요컨대 개원 문턱을 높여 인력의 비필수 의료 쏠림을 해소하고 종합병원 필수의료로 유입하려는 방안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필수의료·지역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정부의 의대 증원과 맞물려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이쯤에서 의대생 또는 의사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그 어렵다는 의과 대학에 진학해 갖은 고생을 했는데 이른 시기 고수익 기대감을 키우게 했던 '개원의 길'을 까다롭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미용·성형을 비롯해 고수익을 낸다는 비필수 의료보다 근무 환경이 혹독하고 수익 규모도 작은 필수 의료에 남으라니 부담감과 반발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미래의 의사인 의대생들이 거세게 반대할 만한 사안입니다.

◇'끼워 팔기' 비급여 진료 막겠다는데

두 번째 배경으로는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 제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비중증 비급여 진료 항목을 급여 항목과 함께 진료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항목입니다.

예컨대 혼합 진료는 비급여인 도수치료도 하고 급여가 되는 물리치료도 하는 것입니다. 도수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물리치료도 하라는 식의 '끼워 팔기' 혼합 진료가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정부 계획대로 혼합 진료가 제한되면 어떻게 될까요? 의료기관은 급여 진료와 비급여 중 하나만 선택해 진료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비급여 진료가 사실상 제한돼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항목 진료에 집중해 큰돈을 만졌던 병·의원들의 수익 구조에는 당연히 차질이 생깁니다.

의사가 늘어나면 파이는 줄어드는데 주요 수익원인 비급여 진료까지 '패키지'로 통제하겠다니 의사들이 반발을 넘어 분노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부는 혼합 진료를 통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 과잉 진료돼 그간 실손보험 손해율을 악화한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들이 적자를 본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5년간 손해율은 100.4~113.1% 수준에 달합니다.

하지만 혼합 금지 또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이름의 자료에 담겼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역시 의대 증원의 목적인 '필수 의료·지역 인력 확충'을 위한 후속 조처로 풀이되기 때문입니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 의료 인력의 시선을 필수 의료에 돌리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비급여 진료 항목은 '부르는 것'이 값입니다. 개인의 부담으로 감당하기 벅차 환자들은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해 비급여 진료 항목을 보장받곤 합니다. 개원의들이 운영하는 동네병원의 비급여 진료비용은 종합병원의 2배에 달합니다. 개원 전문의의 연평균 소득은 29만 8800만 달러(약 3억 9000만 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벨기에(30만 1814달러) 다음으로 높습니다

전공의 과정 후 '전문의'를 취득해 개원하면 기대 수익이 높아지는데 혼합 진료를 금지하면 이런 기대감이 꺾일 수 있습니다. 결국 '돈'을 배제한 채 의료정책 패키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움직임을 바라보기 힘듭니다. 의사들의 집단 사직을 '밥그릇 투쟁'으로 보는 시각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기도 합니다.

◇이 기형적 구조 만든 게 누구인데?

의사들은 할 말 없을까요? 의료계 집단 반발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오늘 아침자 저의 칼럼에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5분의1 수가로 진료를 볼수록 적자인 상태를 방관하고 그 적자를 비급여 실손보험 등으로 유도한 것이 바로 정부입니다"

의료계의 기형적인 수익 구조에 메스를 들이대 체질 개선하는 의료 개혁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위 누리꾼의 말대로 정부가 애초 방만하게 관리해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구조'가 발생했는데 이를 잡겠다며 제대로 된 논의없이 의사들의 수익 구조와 의료 체계를 한꺼번에 뒤바꾸려 하니 의사들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아무리 단단하게 팽창한 풍선이라도 강하게 압박하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들이나 의대생들이 지금 그런 심정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해도,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은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승환 사회부 사건팀장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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