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더 마블스', 박서준에 고양이떼 총공격…그럼에도 신나지 않아 [시네마 프리뷰]

8일 개봉 영화 '더 마블스' 리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3-11-08 10:05 송고
'더 마블스' 스틸 컷
'더 마블스' 스틸 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 이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는 힘이 빠져있다. 한때는 '마블민국'이라 불렸던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도 전 같지 않다. 이유는 여러 측면으로 분석된다. 아이언맨을 위시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캐릭터들의 은퇴와 새로운 캐릭터들의 부진, 디즈니+(플러스) 시리즈들로 여러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방대하고 복잡해진 세계관, 극장의 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MCU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캡틴 마블을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 '더 마블스'는 이 같은 위기 속에서 개봉해 새로운 도약을 도모한다. 주인공은 세 명이다.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의 옆에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분)와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분)이 합류해 팀을 이뤘다. 모니카 램보는 디즈니+ '완다비전'에서 카말라 칸은 '미즈 마블'에서 한 차례 관객과 만난 바 있어 낯설지는 않다. '더 마블스'라는 타이틀은 캡틴 마블을 중심으로 모인 세 명의 히어로를 한꺼번에 부를 때 쓰는 이름이다.

영화는 세 명의 인물이 초능력을 쓸 때마다 위치가 바뀌는 현상을 경험하는 상황을 그리며 시작한다. 고양이 같은 생김새를 한 구스와 함께 우주선을 지키며 닉 퓨리(사무엘 L.잭슨 분)와 협력하는 캡틴 마블, 닉 퓨리와 함께 우주정거장'세이버(S.A.B.E.R.)'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모니카 램보, 캡틴 마블과의 짜릿한 만남을 꿈꾸며 저지시티의 히어로로 성장 중인 카말라 칸. 세 사람은 어느 날부터 자신들이 능력을 쓸 때마다 위치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크리족의 리더 다르 벤(자웨 애쉬튼 분)에 의한 것이다. 캡틴 마블로 인해 자신의 행성과 종족이 위기에 처했다 믿는 다르 벤은 복수심을 불태우며 서로 다른 시공간 사이에 점프포인트를 생성하는 퀀텀밴드의 힘을 토대로 캡틴 마블이 애정을 갖고 있는 행성들을 파괴하고자 한다.
'더 마블스' 포스터 © News1 정유진 기자
'더 마블스' 포스터 © News1 정유진 기자
다르 벤을 막기 위해 세 사람은 힘을 모으기로 한다. 얼핏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세 사람은 모두 빛을 토대로 한 초능력을 사용하는 히어로들이다. 캐럴 댄버스는 빛을 흡수하고 모니카 램보는 빛을 보고 파장을 조작하며, 카말라 칸은 빛을 형상화 해 사용할 수 있다. 모니카 램보는 타노스로 인해 인류의 절반이 사라졌던 '블립' 사건 이후 엄마를 잃었고, 엄마의 절친이자 히어로였던 이모 캐럴 댄버스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다. 미즈 마블은 캐럴 댄버스의 열성적인 십대 팬이다. 영화는 삐걱대던 세 사람이 한 팀이 돼가는 과정을 그리며 MCU 영화 특유의 히어로들간의 끈끈한 관계성을 형성하고자 한다.

한국 팬들에게 '더 마블스'에서 가장 큰 기대를 불러 모으는 장면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배우 박서준이 등장하는 알라드라 행성 시퀀스일 것이다. 박서준은 극 중 알라드라 행성의 왕자 얀으로 등장해 반가움을 안긴다. 알라드라 행성은 노래가 언어인 특이한 곳으로 모든 대화가 뮤지컬처럼 노래로 이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캡틴 마블은 얀의 아내인 왕세자비로 알라드라 행성의 추앙을 받는 존재인데, 얀과 캐럴 댄버스가 노래와 춤으로 대화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이미 예고가 됐던대로 박서준의 분량은 그리 크지 않으나, 임팩트 하나만큼은 확실히 챙겼다.

마블 영화 특유의 유머 감각은 이번 영화에서도 발휘된다. 히어로와 외계 종족의 등장에도 지극히 현실적인 카말라 칸의 가족들과 고양이 떼의 형상으로 등장한 외계 종족 플러큰, 엉뚱한 알라드라 행성과 관련한 시퀀스들에서 그런 유머 감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다소 지루한 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일단 세 히어로의 능력이 뒤바뀐다는 가장 중요한 설정이 영화 속 액션 분야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위기를 세 인물이 어떻게 기회로 바꿔 '신박한' 해결을 해내는지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겠으나, 막상 영화에서 그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매력이나 시너지도 아쉽다. 캐럴 댄버스와 모니카 램보 사이의 갈등은 피상적이고, 시종일관 방방 떠 있는 카말라 칸은 몰입을 방해한다. 이전 마블 영화들이 마블 코믹스 팬들 뿐 아니라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매력적이고 다채로운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현실적인 관계성과 시너지에서 왔다. '더 마블스'는 그런 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러닝 타임 105분. 이날 개봉.


eujenej@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