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아시아나 '공중분해'·HMM '승자의저주'…"이러려고 파나"[빅딜 긴급점검㊤]

국가주도 기간산업 재편 잇따라 삐걱…"이대로는 승자 없다" 우려
중견그룹 HMM 인수시 해운불황 못버틸 가능성…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시 알짜 여객·화물 포기 불가피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이동희 기자 | 2023-10-01 07:01 송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작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국가기간산업 재편을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의도와 달리 이대로라면 아시아나항공은 '공중분해', HMM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국책은행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빅딜'이자 국가 기간산업의 재편이라는 점에서 닮은 두 매각작업이 나란히 속 빈 강정으로 남을 위기다.
◇고래 HMM 삼키려는 새우 중견 3사…드리우는 '승자의 저주' 그림자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011200)의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을 선정했다.

지난 7월 HMM의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주식 매각공고를 내고 HMM 민영화를 공식화했다. 예비입찰 단계에 참여한 국내 기업은 셋 뿐이다.
이들 기업을 보는 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그룹이 HMM을 인수하게 되면 결국 14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성 자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주요 계열사를 합하면 LX가 2조5000억원, 하림이 1조5000억원, 동원은 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HMM의 매각가로 언급된 최소 7조원에 한참 못 미친다.

여기에 매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영구채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이번 매각 공고에 포함된 주식의 지분율은 영구채 물량을 포함해 38.9% 정도인데 남은 1조6800억원의 영구채 지분율이 32.78%에 달한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를 매각한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하고 매각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정부의 영향권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인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HMM의 현금성 자산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산은과 해진공이 HMM 매각 조건으로 내건 경영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향후 글로벌 해운업계가 재편을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인수방식은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해운업은 경기에 따라 사이클을 타는 산업인 만큼 호황에 벌어둔 현금을 불황기에 어떻게 투자하냐가 중요하다.

업계는 예고된 대로 세계 최대해운 동맹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의 연합전선 '2M'이 해체되면 공격적인 운임할인 경쟁이 시작되며 포트폴리오가 단순하고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운사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예상한다.

현재 거론되는 기업들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결국은 승자의 저주로 무너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노선도 화물도 다 내놓는 아시아나항공…사실상 '공중분해'

대한항공(003490)과 기업결합을 앞둔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9년 7월 매각절차가 시작되고 2020년 말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추진한 지도 3년이나 됐다.

문제는 장거리 노선에서 오랜 기간 양강 체제를 구축해 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놓을 것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결과에 따르면 미주와 유럽 노선에서 양사의 중복 노선은 각각 5개와 6개다. 해당 노선에서 합산 점유율은 미주가 약 78~100%, 유럽은 69~100% 수준에 달한다.

이에 대한항공은 각국 경쟁당국에 심사를 받을 때마다 슬롯을 반납해왔다. 슬롯은 해당 국가에서 운수권을 보유한 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이착륙 할 수 있는 권리로 국가 항공 경쟁력과 직결된다. 대한항공은 영국에서 양사가 갖고 있던 17개 슬롯 중 7개를 반납하기로 했고 중국에서도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게 돼 있다. 

여기에 알짜사업인 화물 분야도 칼질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 화물 노선에서 독점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지적했다.

대한항공은 여객뿐만 아니라 화물에서도 대형기를 대여하는 방식 등으로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을 진입시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장거리 여객 노선의 슬롯 반납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을 사실상 공중분해하는 것이다.

이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여객 및 화물 관련 합병시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EU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는 남은 미국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사 기업결합으로 포기해야 할 자산이 명확해질수록 빅딜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전망이다.


rma1921kr@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