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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손님도 없는데 에어컨만 풀가동"…쓰린 속 달래는 카페·식당

올여름 에너지요금 30% 급등…"벌써부터 8월 걱정"
적상추값 50% 껑충…"금값 된 상추에 속 타는 기분"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2023-07-21 05:50 송고 | 2023-07-21 09:10 최종수정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점주가 셀프 커피머신에 사용되는 각종 집기류를 정리하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에어컨을 풀가동하려니 속이 쓰리죠. 그렇다고 (설정) 온도를 높일 수도 없어요. 특히 날이 습하고 더우니까…(가게) 문을 열어보고 시원하지 않으면 들어오시지도 않아요."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민정씨(30대)는 올해 부쩍 올라버린 냉방비가 부담이다. 그는 손님이 언제 올지 몰라 에어컨을 끌 수 없다며 영업시간이 길수록 손해만 커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국밥집을 하는 40대 한모씨 역시 "국밥은 원래부터 여름에는 객수가 적다"며 "날이 더우니까 겨울보다 손님이 없는 편인데 그나마 오는 손님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최대한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씨는 "요즘에는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기 때문에 제습을 위해서라도 에어컨을 끌 수 없다"며 물가에 에너지요금까지 부담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물가와 에너지요금 상승에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걱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여름 에너지요금은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뛰었다.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는 129.76(2020=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4% 급등했다.
종로구에서 카페를 하는 김모씨는 "(앱을 확인해 보니)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이 80만원 정도 나왔는데 이달 절반이 지났는데 100만원이 넘었다"며 "보통 7월 전기요금이 8월보다 적은 편인데 다음 달에는 얼마나 더 나올지 벌써 부담"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 전자식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다. 요금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초와 현재 에너지요금을 비교한 결과 전기요금은 23%, 가스요금은 두 배 넘게 부담액이 늘었다. © News1 이동해 기자

부쩍 높아져 버린 물가도 걱정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변덕스러운 날씨에 채소 등 식자재 가격까지 요동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을 3.5%로 상향 조정했다. 4월 전망치보다는 0.3%포인트(p) 올린 수준이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3.3%) 보다는 0.2%p 높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엽채류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적상추 100g당 가격은 전주 대비 49.5% 올랐으며 전주 대비 백오이 24.3%, 시금치 200g당 28.7% 등도 가격이 뛰었다.

마포구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50대 정모씨는 "원래 여름철에는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데 올해는 특히 폭우, 폭염 때문에 상추, 배추가 녹는다고 한다"며 "(손님에게 주는) 양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쌈채소를) 반쯤 버리는 손님들을 보면 아깝고 속이 타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하는 김모씨는 최근 두달치 월 손익을 계산해 본 결과, 매출에서 재룟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40%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비율이 30% 수준이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족' 사장들도 늘어난 분위기다.

카페 사장 민정씨는 "휴가시즌에는 손님도 없어서 일요일에 금요일 토요일을 붙여 쉬었는데 올해는 포기하려 한다"며 "물가가 올라 국내 여행을 하려 해도 방값에 식비 생각하면 100만원은 족히 든다. 근교 드라이브나 하면서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모씨 역시 "(사장에게는) 휴가도 사치다. 휴가를 가더라도 매출에 쫓기는 기분이라 편히 쉬지 못한다"며 "여유가 있는 날이 없어서 해마다 휴가를 넘긴 게 벌써 몇 년째다. 피서 가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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