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여기 내가 있다. 소설이라는 변장과 꾸밈과 책략에서 나와 여기에 있다. 여기 내가 있다. 날랜 손재주를 빼앗기고 그간 내가 소설 작가로서 누린 상상의 자유를 부여하던 그 모든 가면을 벗어버리고 여기에 있다."
2018년 5월22일 타계한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5주기를 맞이해 그가 평생에 걸쳐 치열하게 써온 산문을 집대성한 책이 출간됐다.
로스는 '에브리맨', '미국의 목가' 등의 작품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현대 미국문학에는 필립 로스가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머지 작가들이 있다"(시카고 트리뷴)라는 논평처럼, 그는 현대 작가로서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문학적 성취에 도달했다.
이 책은 그런 로스가 1960년부터 2014년까지 쓴 창작론, 문학론, 서평, 인터뷰, 대담, 연설문 등을 총망라한 책이다. 다채로운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 책에 실린 글은 결국 그가 평생 몰두해온 주제, 도대체 '왜 쓰는가'에 대한 집요한 대답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함유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로스는 85세의 나이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이 문제를 고민해 왔다. 이 책에는 그 고민의 과정과 결과가 한데 담겼다.
가히 전투적이라 할 정도로 처절하게 문학적 삶을 살아낸 그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책은 21세기에 여전히 읽거나 쓰며, 문학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지평과 함께 커다란 문학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 왜 쓰는가/ 필립 로스 글/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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